(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중국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극심한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HSBC처럼 배당을 중단하거나 배당금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진단했다.

매체는 이번 분기 중국 국내 최대 은행 실적이 10여년 새 가장 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부실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수익이 줄어들면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을 늘리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프리스의 첸 수진 은행업 애널리스트는 "중국 은행들이 배당 성향을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자기자본 비율은 급격하게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순이익이 10% 감소한다면 은행들은 올해 배당금 지급을 건너뛸 것이며, 5% 감소한다면 배당 성향을 10%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에 따르면 이달 중국 은행 고위 관료들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9~10% 감소했으며 하반기에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 국내 은행들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중국 정부 당국이 수익성을 희생해서라도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경제를 부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국 정부는 은행을 대상으로 순이익 중 최대 1조5천억 위안을 희생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및 수수료 인하, 대출 상환 연기, 무담보대출 확대 등을 지시한 바 있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디지털 은행인 위뱅크의 리난칭 사장은 "은행이 요구받은 코로나19 관련 조치는 은행이 자산의 질 악화와 자본 확충 필요라는 두 가지 역풍을 동시에 직면하게 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실채권(NPL) 비율은 지난해 연말 대비 지난 6월에 10.19% 올라 1조7천400억 위안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국내은행이 배당금을 줄이거나 배당금 지급을 건너뛸 수도 있다는 우려는 지난 4월 HSBC가 배당금을 중단했을 때도 제기됐었다.

중국 국내은행 중에서는 신장 카스 농촌 상업은행이 선례를 남겼다.

신장 카스 농촌 상업은행은 지난 6월 2019년 배당금을 2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은행주들이 배당금을 줄이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몇 년간 은행주에 투자해 20~30% 배당금을 받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매체는 또 중국의 국가사회보장기금 등 일부 대형은행 주주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배당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은행이 배당정책을 수정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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