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쌍용자동차 인수 후보로 나선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코퍼레이션이 수정된 지분투자 제안서를 내놓으면서 추석 연휴 이후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의 협상이 급물살 탈 전망이다.

추가 자금지원 없이는 쌍용차가 한 달도 버티기 힘든 상황인 만큼 양측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AAH는 지난주 매각 주관사 측에 인수 지분 규모 등을 수정한 새로운 제안서를 전달했다.

투자금 대비 쌍용차 인수 지분율을 수정한 것으로, 마힌드라는 이를 검토 중이다.

앞서 HAAH는 이달 중순 약 3천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쌍용차 시가총액은 약 5천800억원가량이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74.65%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HAAH는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인수하겠다는 뜻이다.

마힌드라는 HAAH 측에 인수 지분율 협의를 재요청했고, HAAH가 비교적 빨리 절충안을 제시해 오면서 양측은 추석 연휴 직후 지분율을 포함한 세부 조정안에 대한 재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HAAH가 3천억원가량을 투자하겠다면서 요구한 '충분한 경영권 지분'에 합의하는 게 관건"이라며 "양측이 이에 대한 이견차를 좁힌다면 내달 협상이 급격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힌드라는 2013년 쌍용차 지분 70%를 5천400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총 7천억 원을 투자했다.

쌍용차의 현재 지분가치는 약 4천억원 수준으로, 마힌드라로서는 지분 전량을 팔아도 손해를 본다.

따라서 협상을 통해 회수 가능한 투자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마힌드라는 이번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쌍용차에 대한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양측은 쌍용차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하면서 정부의 추가 투자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며 쌍용차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다고 밝혔지만, 결국 기업 회생을 위해 한국GM처럼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믿음에서다.

쌍용차의 직접고용은 5천명, 부품업체 등 협력사까지 수만 명에 달하는 고용이 위협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정부가 쌍용차의 고용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당초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항공·해운업에만 지원하기로 했다가 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 등 업종을 추가했고, 저비용항공사(LCC)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등 예외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쌍용차 지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산은은 마힌드라의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자구노력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쌍용차 상황은 일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아직 대주주 측에서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없어 금융 지원 여부 등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일정 부분 여건이 조성되면 당연히 살리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가고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산은도 부담이 커지므로 어느 정도 명문을 쌓은 뒤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코로나19라는 예외적 상황도 쌍용차 회생을 위한 추가 지원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