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내 보험업계의 외화 익스포저가 2016년에 급증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보험사가 자산운용이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투자를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규제 강화로 자산 만기 장기화가 필요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부채 만기 현실화를 추진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외화유가증권은 2014년 약 32조원에서 지난해 약 108조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 외화유가증권은 약 13조원에서 약 35조원이 됐다.

생보사 운용자산에서 외화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6.1%, 2015년 8.4%, 2016년 12.5%, 2017년 13.3%, 2018년 14.2%, 2019년 14.8%를 기록했다.

이 기간 손보사 운용자산에서 외화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8%, 9.6%, 12.5%, 12.3%, 12.6%, 13.5%를 나타냈다.

생보사와 손보사의 외화자산 비중은 2016년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 기간 생보사와 손보사의 외화자산 비중 증가 폭은 각각 4.1%포인트, 2.9%포인트다.

2016년 보험사의 외화 익스포저가 급증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2013년 유럽 재정위기 사태를 거치면서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됐다"며 "국내 기준금리도 2008년 5.25%에서 올해 0.5%로, 4.75%포인트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보험업계는 채권 이자수익에 의존한다"며 "그런데 저금리로 자산운용이익률이 하락했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보험사는 운용수익 일부를 보험료 적립금으로 사전에 적립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기존 보험부채의 높은 이율을 감당할 만큼의 투자수익률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해외 유가증권과 대체투자를 늘린 것"이라며 "2016년 외환(FX) 스와프포인트가 나쁘지 않은 점도 보험사 해외투자를 뒷받침했다"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 규제로 보험사가 자산 만기를 늘리는 과정에서 외화 익스포저가 증가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 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2015~2017)'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로드맵에서 ▲상품개발 자율성 제고 ▲다양한 가격의 상품공급 확대 및 비교공시 강화 ▲자산운용 규제 패러다임 전환 ▲판매 채널 전면 혁신 ▲새로운 보험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 등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2017년 5월 보험부채 듀레이션 잔존만기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은 "지급여력(RBC) 제도에서 금리 리스크 산출시 보험계약 만기를 20년으로 한정한다"며 "그러나 IFRS17에서는 만기 제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RBC 비율 산출시 적용하는 보험계약 만기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IFRS17 충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보험부채 잔존만기를 2017년 12월과 2018년 12월에 각각 25년과 30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용평가사의 한 선임연구원은 "보험부채 듀레이션 만기를 20년으로 제한한 RBC 제도에서 실제 보험 만기를 반영한 IFRS17을 도입하면 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금융당국이 판단했다"며 "이에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는 자산·부채관리(ALM)를 위해 자산 만기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며 "이에 해외채권 수요가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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