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최근 외국인이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국채선물을 연일 매수한 데 대해 호주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내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668)에 따르면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지난 14일부터 9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했다.

지난 23일에 1만7천933계약으로 제일 많았고, 해당 기간 누적으로 순매수한 규모는 총 6만1천60계약에 달했다.

국채선물은 현물과 다르게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한 투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이 국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기대감을 형성했다고 보고, 주요 배경으로 호주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을 지목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내달 6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인 웨스트팩 은행은 지난 23일 RBA가 기준금리를 0.1%까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소식에 호주달러 약세가 심화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공개된 RBA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이달 1일 회의에서 매우 완화적인 금리정책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경제회복을 위한 추가 통화조치를 지속해서 검토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호주뿐 아니라 다른 영연방 국가들의 통화정책회의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나타났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했으나 추가 부양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 시장의 통화정책은 국내 통화정책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특히 호주는 우리나라와 수출 의존도나 기준금리 수준 등 경제적 여건이 비슷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관심을 갖는다.

실제로 앞서 RBA가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당시 한은도 시장 예상을 깨고 뒤따라 기준금리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6월 RBA가 기준금리를 1.25%로 25bp 인하했을 땐 국내 기준금리는 이를 따라가지 않았고, 외국인이 국채선물 순매수를 확대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는 단기구간부터 50년물까지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호주 금리는 0.25%로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와 비슷한 속도인 25bp 이상 내리면 제로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를 용인하게 된다.

이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수준을 깨고 내리는 변화기 때문에 과거에 내린 인상 혹은 인하 결정보다 시장에 더 큰 파급을 가져올 수 있다.

다만 한은이 통화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만큼 국내 정책 결정은 독립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크다.

지난 15일 발표한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회의에서 추가 완화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금통위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호주 시장은 우리와 떼어놓을 수 없다. 외국인들은 호주의 금리 인하와 한국을 연결 지어 봤었다"며 "한은은 통상 힌트를 미리 보여주지 않으려고 해 보수적으로 말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호주 금리가 내린다면 선진국 금리가 제로금리 혹은 마이너스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거시적으로 봤을 때 국내 금리 방향성도 내릴 것으로 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호주, 뉴질랜드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국, 태국 등에서도 추가 인하 기대가 형성될 수 있다"며 "스프레드 측면에서 국내 금리에 하락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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