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가 시행되면 서울외환시장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28일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API가 시행되면 전자거래의 본격적인 도입과 함께 시장 활성화와 외환시장 선진화 등 여러 측면에서 서울환시가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현재 시장이 논의하고 있는 API 도입은 기초적인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API 도입은 원화 전자 거래의 시발점으로 작용해 외환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API 도입은 서울환시에서 수년간 논의됐으나, 실제 진척은 지지부진했던 외환시장 선진화 시행에도 추진력을 줄 수 있다.

또 API 도입은 지난 몇 년간 위축되는 흐름을 보여왔던 현물환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해 전체적인 외환시장 파이를 키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PI 도입, 전자거래 본격 활성화되나

우선 API 도입은 원화 시장에 전자 거래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트레이딩 선진화의 물꼬를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주요 통화 대비 전산화 및 자동화, 선진 트레이딩 기법 도입 등이 다소 늦었던 서울환시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API 시스템을 활용하면 호가 제공, 거래 체결, 조회 등 외환 거래의 전 과정이 자동화될 수 있다.

또 개별 은행은 API 시스템에 알고리즘 트레이딩 방식, 자동 헤지 등 다양한 거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스팟 시장의 전자 거래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의 전자 거래 허용 이슈로 연결된다.

그간 시장에서 논의 수준에 그쳐 왔던 'E-FX(외환)' 비즈니스와 외환시장 선진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기회다.

API 도입은 중장기적으로 스팟 시장의 전산화, 역외 시장에서의 전자 거래 허용, 나아가 알고리즘 트레이딩 및 여러 선진 트레이딩 기법 도입 논의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 시장 참가자는 "API 활성화는 장기적으로는 현물환, 역외 시장에서의 전자 거래,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 여러 외환시장 선진화 과제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환 거래의 전면적 자동화와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에 따른 변동성은 시장의 꾸준한 고민거리다.

B 시장 참가자는 "API 도입으로 헤지펀드, 선물 연계 거래나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이 들어오면 달러-원 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이며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며 "스팟 시장의 규모나 거래 형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위축된 스팟 시장 활성화 기대…'파이 키우기'

API 도입으로 현물환 시장의 거래량이 늘어나 외환시장의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고 시장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 몇 년 동안 달러-원 환율의 현물환 거래량은 줄어든 반면, NDF 시장에서 원화는 거래량 증대를 이끄는 주요 통화로 꼽히며 점차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47)에 따르면 올해 달러-원 현물환 시장의 일일 거래량은 평균 75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작년에는 평균 69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5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85억 달러 수준이었던 평균 거래량이 10억 달러 이상 줄어든 것이다.

한편 NDF 시장에서의 원화 선호도 및 거래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국제결제은행(BIS)이 3년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과 협업해 시행하는 조사인 '2019년 BIS 주관 전 세계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시장 조사(거래금액 부문) 결과'에 따르면 역내·외 시장에서 원화를 포함한 거래인 원화 개재 거래 규모 비중은 12위를 기록하며 직전 조사보다 세 단계 상승했다.

스팟 시장의 전산화 및 거래 방식이 혁신을 거치면, NDF 물량이 스팟 시장으로 흡수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API 시스템의 도입으로 투명하고 편리한 시스템이 구축돼 일반 개인과 기업들도 손쉽게 외환 거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자체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A 시장 참가자는 "최근 기업과 개인도 대부분의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시스템은 글로벌 흐름에 맞지 않다고 본다"며 "API 도입은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할 수 있고, 새로운 외환 사업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rl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2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