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세계 2위 낸드 플래시메모리 제조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가 기업공개(IPO)를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중국 업체 대두에 맞서겠다는 키옥시아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이날 키옥시아는 내달 6일 예정됐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회사 측은 최근 주식시장 동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키옥시아는 "적절한 상장 시기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공모가를 결정하고 내달 상장할 예정이었던 키옥시아가 27일에 상장 연기를 둘러싼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지난 18~25일 진행된 북빌딩, 즉 얼마에 몇주를 매수하고 싶은지 투자자로부터 신청을 받는 수요 예측이 변심의 계기가 됐다.

지난 8월 27일 상장 승인 당시 회사 측이 제시한 공모 희망가는 3천980엔이었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지 못하자 키옥시아는 이달 17일 기존 대비 10~30% 낮은 2천800~3천500엔에 희망 공모가 밴드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너무 비싸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 해외 헤지펀드 운용 담당자는 '2천~2천500엔이 타당한 선"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는 적었고,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상황을 어렵게 한 가장 큰 요인은 미·중 무역마찰이다. 키옥시아는 스마트폰용 플래시 메모리 매출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발효된 15일부터 키옥시아가 화웨이 매출을 계상할 수 없게 됐다며, 미·중 마찰이 반도체 시황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이 연기되면서 업계의 '강한 2위'가 되겠다는 키옥시아의 계획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키옥시아의 하야사카 노부오 최고경영자(CEO)는 이전부터 "우리는 강한 2위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신문은 해당 발언을 보면 키옥시아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데이터 저장을 위해 사용되는 낸드 플래시메모리 분야는 많은 업체로 북적여 경쟁이 심한 상황이다. 삼성이 35.9%의 점유율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고 2위인 키옥시아는 1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SK하이닉스가 각각 13.8%, 11.1%, 9.9%의 점유율로 뒤를 잇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는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 양쯔메모리(YMTC)가 해당 분야에서 기술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삼성과 중국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2위 그룹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키옥시아는 웨스턴디지털(WD)과 연구개발 및 생산 분야에서 제휴하고 있어 양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32.8%가 된다. 또 SK하이닉스의 경우 키옥시아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으나 사업 면에서도 제휴하는 경우 2위 그룹의 점유율은 40%대로 뛴다.

경제산업성은 "키옥시아가 기술력에서는 정평이 나 있어 상장을 계기로 자금 조달과 제휴 전략(이행)이 손쉬워지면 2위 그룹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제휴 관계에서 핵심 기업이 되려면 키옥시아는 기술력과 수익성을 높여둘 필요가 있다.

키옥시아는 연결 매출의 30%에 해당하는 연 3천억엔 전후로 설비투자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도체 사업에 연 2조엔 규모로 투자하는 삼성에 비해서는 미미하다. 이자부 부채(이자가 있는 부채)가 1조엔을 넘어 재무도 탄탄하지 못하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의결권의 약 15%까지만 가질 수 있는데, 그 이후는 이 상한선이 없어진다. 신문은 키옥시아가 상장 준비에 우왕좌왕하고 성장을 위한 투자가 정체되는 사태에 이르면 역으로 SK에 삼켜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키옥시아는 연말연시에 상장 시기를 재탐색할 계획이다. 이번 상장으로 조달 예정이었던 자금은 약 600억~750억엔으로 그다지 크지 않아 상장 연기가 투자전략에 곧바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음 기회에는 이번보다 나은 (상장)조건과 경쟁력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올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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