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생겨나고 있다. 전염병의 시대에 비접촉과 비대면이 최선의 방역으로 여겨지면서 이전처럼 사무용 건물(오피스)과 호텔, 상가 등이 사람들로 채워지지 않고 있다. 재택근무 시행도 반년을 넘어서면서 초기의 부재로 인한 업무 혼란은 이제 상당 부분 정리되고 적응을 마무리하고 있다.



요즘 만나는 서울 도심 소재 기업 관리자에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이전의 우려했던 수준보다 문제가 크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새롭게 추진하는 프로젝트 진행과 관련해서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기존 업무 처리는 괜찮다고 한다. 사무실 근무가 회사 매출과 이익에 필요조건이 아니라면 굳이 비싼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홍콩의 사무실 임대료가 전년 대비 18% 내렸으며 연말에는 30%까지 내린다는 분석도 등장했다.



사무용 건물이 빈다면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과 호텔, 음식점 등 다른 상업용 부동산에도 같은 상황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지난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 조치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현저히 하락할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최근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거래되는 투자등급 최하단인 'BBB' 신용도의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의 격차(신용 스프레드)는 5%포인트(P) 수준이다. 이는 팬데믹 이전의 2.4%P에서 크게 벌어진 상태다. 여기서만큼은 연준의 회사채 시장 개입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금리가 많이 낮아지자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들이 국내외 대체투자에 열심히 나서면서 큰손 역할을 한 사실을 기억해보면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 이런 대체투자의 상당 부분이 상업용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유럽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65조원 가운데 한국 자본 비중이 42%에 달했다. 한국은 특히 지난 5년간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표 설명 :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부동산) 상위 10개 투자처 중 9개가 상업용 부동산이다.]



다만 아직 위험 신호가 크게 울리지는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펴낸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국내 증권사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점검과 관련해 현재 상황에서는 투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복원력이 양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 상황이 추가로 악화할 경우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대체투자는 채권이나 주식과 달리 매각이 바로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취약한 고리인 상업용 부동산을 다시금 들여다볼 시기다.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가 고민스러운 시기다. (자본시장.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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