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한 제재심에서 은행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당시 중징계 결정에 불복한 CEO가 사법당국의 판단을 받겠다고 불복한 데다, 제재심 여파가 금융회사 지배구조까지 흔들었던 만큼 이번 제재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금융권 안팎의 관심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달 라임사태 관련 징계를 위한 제재심을 연다. 상품 기획의 핵심인 라임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증권사, 은행 등 판매사를 순차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상황 탓에 이미 제재심 개최 일정이 지연된 만큼, 금감원은 내달 15일을 목표로 안건 상정을 준비 중이다.

우선 라임·라움·포트포리아자산운용이 대상이다.

1조원 넘는 손실 규모와 임직원 관계자가 이미 구속 수감돼 있는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등록 취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라임자산운용의 아바타 역할을 해온 나머지 운용사들도 중징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관심은 판매사 CEO에 대한 징계 수위다.

지난 1월 금감원은 DLF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은행 경영진에게 중징계 철퇴를 내렸다. 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가 야기한 사회적 문제인 만큼 CEO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문책경고를 받았다. 이들은 즉각 개인의 자격으로 행정소송 절차에 돌입하며 금감원 결정에 불복했다.

제재심에서 결정된 기관 대상 과태료는 증권선물위원회 단계에서 하향 조정됐다. 이를 두고 금감원 안팎에선 체면을 구겼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에도 제재심은 '선례'를 기준으로 삼아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삼성증권 배당 사고가 그 예였다. 앞서 제재심은 삼성증권에 일부 업무정지 6개월과 과태료를 부과하고, CEO에게 직무 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처분했다.

제재심은 DLF 사태에서도 증권사보다 고객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은행의 대규모 불완전판매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력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내부통제 감독의 실질 행위자는 CEO라는 게 제재심 징계의 논리였다.

선례를 고려하면 라임사태 역시 판매사 CEO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그 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증권과 DLF 등 제재심 선례는 일종의 기준"이라며 "다른 잣대를 적용할 경우 제재심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선례나 법원의 판례 등은 중요한 참고 대상이다. 이번 사안이 이전과 어떤 부분이 같고 어떤 부분이 다른지를 구분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례를 이유로 판매사 CEO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하기에는 시기적으로 금감원에도 부담이 따르는 문제다. 징계 대상이 되는 판매사 CEO 대다수는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제재심 결정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이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선례에 따라 판매사 CEO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되면 사법당국의 판단을 받겠다고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과 금융권의 줄소송이 야기될 수 있는 셈이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결국 행위자의 의미를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봐야 할 것"이라며 "내부통제라는 관점에선 선례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겠지만, 라임사태의 경우 메인 운용사의 사기성이 짙었다는 점 등이 고려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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