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 주가가 하락할 때 투자자들이 초조해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제공했던 채권 투자 등 오랫동안 투자의 기본전략이었던 주식-채권 혼합 포트폴리오를 재고해야 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십년간 대중적인 투자전략을 규정했던 주식과 국채 사이의 믿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올해 깨졌다고 진단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파열 현상이 영구적이라고 우려한다.

◇주식 60-채권 40의 밸런스드 포트폴리오가 깨졌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펀드의 60%를 주식에, 40%를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수익률을 추구하면서도 경기 부침도 방어할 수 있었다. 폭풍우가 몰려와 S&P 500이 타격을 입었을 때 미 국채 수익률은 떨어지고 채권 가치는 상승해 주식의 손실을 완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싸우기 위해 촉발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중앙은행의 잇따른 경기부양책은 미국 등의 국채수익률을 억제하고 있다. 수익률을 향후 수년간 낮은 수준에 갇힐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도 10년 만기 재무부 수익률은 살짝 움직이는 데 그쳤다.

우려되는 것은 다음에 주가가 폭락할 때 채권이 하락에 따른 충격을 진정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위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주식과 국채 모두 함께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지난 3월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주식 60%와 국채 40%의 기본 포트폴리오가 1960년대 이후 최악의 월간 손실을 나타냈다. 최악의 수익률은 2009년과 1987년에 발생한 게 유일했다.

롬바르드 오디어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월의 채권 가치 하락은 멀티에셋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대신 깊은 내상을 안기는 굴욕만 안겨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경험은 국채수익률이 실질 수익률의 하한선에 도달했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더 자주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략가들은 예전에는 채권 수익률이 바닥이라고 불렀지만, 새로운 위기에 따른 중앙은행의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수익률을 한 단계 더 떨어뜨리는 걸 지켜봤다. 올여름 경기 전망이 좋아지고 주가가 반등했지만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않았다.

한 가지 이유는 연준이 장기간 금리가 오르거나 내려가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수익률이 좁은 박스권에 갇혔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8월에는 물가상승률이 한동안 목표치를 상회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런 연준 기조의 효과는 물가연동채(TIPS)와 일반 국채의 엇갈린 반응에서 볼 수 있다. 올여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크게 오르거나 내려가지 않은 가운데, 실질 수익률로 알려진 TIPS의 수익률은 6월 초에서 8월 하순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져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밸런스드 포트폴리오(주식혼합)를 위한 '60-40 룰'은 오랫동안 많은 미국 투자자들의 출발점이 돼 왔다. 골드만삭스의 멀티에셋 전략가인 크리스티안 뮬러-글리스만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멀티에셋 펀드로 자금이 유입돼 총자산이 약 4조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60-40 포트폴리오는 성장률이 양호하고 인플레이션이 낮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면서"앞으로는 이런 최적의 조합이 될 가능성이 작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면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밸런스드 포트폴리오가 장기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 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국채·금·원자재 통화 등에서 미 국채 대안 찾아야

투자자들에게는 다른 해결책이 필요해진 셈이다.

롬바르드 오디어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국채 같은 시장에서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5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0.3%인 데 비해 중국 국채 5년물 수익률은 3%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금을 안전투자처로 선호한다. 많은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세상에서 금을 보관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은 예전처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노르데아 자산운용의 수석 거시전략가인 세바스티앙 갈리는 금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금은 현금흐름이 없고 객관적으로 가치를 매기기 어렵고 투매 장세에서 일관된 흐름을 보이지 않아서다.

그는 "미국 달러나 일본 엔 대 호주 달러와 같은 더 경기 순환적인 원자재 통화 등 외환을 대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리는 통화의 장점은 항상 평가할 수 있고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다른 자산에 대해 불안해할 때 엔화와 달러는 여전히 안전 투자처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알제브리스의 펀드매니저인 알베르토 갈로는 전환사채에 투자하고 현금을 더 많이 보유하는 것을 선호한다.

전환사채는 증시가 반등할 때 좋다.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전환사주들은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전환사주들은 쿠폰을 여전히 받는다.

그는 갈로 씨는 "현금이 있다면 공포의 순간을 이용해 좋은 채권을 싸게 사거나, 자산 가격이 갑자기 폭락하는 '테일 리스크'에 대비한 상품을 팔거나 할 수도 있다"면서 현금은 경기 침체를 이용하는 데도 좋다고 강조했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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