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는 디지털 경제로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건강과 환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재택근무나 온라인 쇼핑 같은 디지털 기반 경제 활동이 뉴노멀(New Normal)이 되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생산, 유통, 소비 등 산업 전 영역에서 격변이 일어나 코로나19 이후의 주식시장은 바뀐 생활 패턴과 경제구조에 맞는 업종과 종목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주가가 폭등하고 거품론까지 대두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바이오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라져, 바이오기업의 주가는 2000년대 IT 버블과 같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이오기업의 주가는 단순히 현재의 수익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며 미래 성장성을 새로운 가치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제약·바이오주 거품 논란은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 치료제 및 백신 개발, SK바이오팜 상장과 맞물려 주가가 급등한 종목이 속출했다. 바이오·제약 산업의 성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국내 바이오기업의 주가는 비이성적이라는 주장이다. 뉴욕증시에서도 모더나처럼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등한 곳이 있지만, 국내 바이오기업처럼 옥석을 가리지 않고 급등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기술이전(Licensing out)과 수출 증가 등의 성과가 하나둘 가시화되면서 K-바이오라고 불릴 정도로 기초체력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만큼 비록 현재의 성과가 미약하더라도 미래 가능성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글로벌 제약사 역시 과거 버블 논란을 거치면서 성장했고 이들 기업도 한때 현재 국내 기업처럼 PER(주가수익배율, 주가/EPS)가 매우 높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되면서 PER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겪은 것이다. 신종 플루 치료제, 타미플루(Tamiflu)를 개발하여 유명해진 미국의 길리어드 사이언스(Guilead Science Inc)는 1987년 바이오텍으로 출발하였으나 설립 이후 15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2002년 시가총액이 불과 2천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희소성이 크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의료 수요가 충족되지 않은 특정 질환에 승부를 건 전략이 성공하면서 현재 시가총액 92조원의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여 모든 바이오벤처가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롤 모델'이 되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일반 제조업과는 다른 경영환경과 산업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만수무강!, 무병장수! 인간 누구에게나 당면한 과제이다. 바이오산업은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질병 퇴치, 노화 방지 등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수요가 광범위하게 증가하게 된다. 즉 인류와 미래를 함께 할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또 제약·바이오산업은 신약 개발, 기술 수출 등 일련의 과정에서 성과를 내기까지 기간이 길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변수도 많아 단기적인 성과를 놓고 일희일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전통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보통 성과를 낸 이후에 상장을 하지만, 바이오 기업은 실적 없이 기술력 하나로 기업공개(IPO)를 허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때 주가가 고평가되고 PER가 높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실적이 증가하면서 PER도 자연스럽게 하락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이 갖는 미 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s) 라는 독특한 개념이다. 환자의 절박함이 수요와 연결되는 부분을 미 충족 의료 수요라고 하는데, 치료제의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이를 구매할 사람이 많다면 그 약의 개발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즉 질병에 걸린 환자의 수가 문제가 아니고 비싼 가격에도 약을 구매해야 하는 환자의 절박함의 문제인 것이다. 미 충족 의료 수요는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나 희귀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과 관련된 미 충족 의료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발기부전 치료제, 탈모 치료제, 비만 치료제 등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경쟁력과 신뢰도 제고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신약개발이라는 대전제보다 투자유치와 회사 키우기에 골몰하는 경영 행태는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또한 간헐적 대박 사례가 아닌 다양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는 것이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는 분야이다. 미래를 읽는 혜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혁신(Innovation)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으로 무장한 바이오기업의 출현을 시장은 기다리고 있다. (김재준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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