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월가 등 금융시장은 다음 달 3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선거가 초미의 관심사다. 달러화 환율 등 금융시장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이길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현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공공연하게 시사하고 있는 데다 경합주에서 여전히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바이든 후보가 압승하지 못하면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표는 지난달 말 주뉴욕 총영사관에서 '2020 미국 대선과 한인사회 정치력 - 2020 미국 대선 바로보기'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지금 시스템대로 가면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벌써 대선 불복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표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편투표가 부정선거라는 프레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실제 우편투표에서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할 사례가 다수 발생하면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대법원이 이번 미국 대선을 판정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미국의 독특한 행정 구조 등을 감안하면 우편 투표는 정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김대표의 분석이다. 시빗거리를 남길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도 있다.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연방대법관에 지명하고 임용까지 한 뒤 법률의 심판을 받겠다고 배수진을 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릴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헌법은 평화적 정권 교체를 전제로 만들어진 탓에 대선에 불복할 경우 현직 대통령을 끌어 내릴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의 헌법 구조는 어떤 것도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설 수 없도록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이 선거 당일에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못하면 대선 불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미국에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김대표는 대법관 임용이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로 연방 대법원의 이념적 지형이 보수쪽에 유리하게 재편됐기 때문이다.

특히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연방대법관에 지명한 건 득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풀이됐다. 배럿 판사의 지명이 플로리다 등 미국 동남부 지역을 일컫는 바이블벨트(Bible Belt)를 결집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트럼프가 지명한 배럿은 전통적인 가톨릭 보수주의 색채가 짙은 집안 출신이다. 바이블벨트는 미국 중남부에서 동남부에 여러 주에 걸쳐 있는 지역으로 개신교, 기독교 근본주의, 복음주의 등 종교적 색채가 짙은 지역이다.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편이며 과거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법률로 금지했던 주가 있을 정도로 기독교와 성경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이번에도 러스트벨트(Rust Belt)에서는 백인 유권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약진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의 중서부 지역과 일부 북동부 지역을 일컫는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를 비롯해 미국 철강 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 그 외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멤피스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지역은 미국 경제가 중공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할 때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경제의 중심지였으나 미국 제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면서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전 이 지역 백인 유권자의 극심한 박탈감을 활용해 당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은 동부에 9천만명, 서부에 7천만명, 남부에 1억명, 중서부에 9천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트럼프는 이 가운데 동부와 서부는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념적 지향 등을 보면 트럼프가 승리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는 대신 러스트 벨트와 바이블 벨트에 선거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극우 종교지도자인 랄프 리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다. 전미 기독교 연합의 회장을 역임한 랄프 리드는 바이블 벨트 등을 돌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운동 최일선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도 플로리다 주의 향배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 대선에선 플로리다 주에서 재검표 끝에 연방대법원명령으로 재검표를 중단하면서 공화당의 조지 워커 부시가 앨 고어를 잠정적으로 수백 표 차로 이기며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이 재검표 중단 때문에 부정선거 논란이 한동안 거세게 제기되기도 했다.

2016년 11월 9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49.0%를 득표한 트럼프가 47.8%를 얻은 힐러리를 상대로 1.2%의 근소한차이로 승리했다. 플로리다주의 선거인단이 29명이나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한몫했다.

이번에도 트럼프가 플로리다에서 승기를 잡으면 위스콘신, 미시간, 인디애나, 펜실베니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유권자의 60%는 백인이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샤이 트럼프(shy Trump)'라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샤이 트럼프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려 여론조사에서는 속내를 숨기다가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진심을 드러낸 트럼프 지지자들을 일컫는다.

금융시장은 바이든 후보가 압승을 거두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둘 필요가 있을 듯 하다.(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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