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지난 7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이른바 '3대 연금'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국회 국정감사 계획서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오는 12일, 사학연금은 13일, 국민연금은 14일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올해 국감에선 3대 연금의 자산운용 성과보다는 부실한 조직관리와 각종 비위행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연금은 최근 운용역 4명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해고당하고 경찰 수사에 들어간 데 이어 성희롱·도촬 등 성 비위 행태가 잇달아 드러나고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집중포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대마초·성 비위' 십자포화

3대 연금 중 이번 국감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기관은 악재가 잇달아 터지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인프라투자팀 운용역 4명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하고 해임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평판이 상당히 나빠졌다.

사건을 수사한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들 4명은 지난 2~6월 인터넷에서 구매한 대마초를 여러 차례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마약류 투약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고 대대적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감에선 기강해이가 심각하다는 성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은 국민연금 이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벌어졌던 만큼 기금본부를 총괄하는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도 질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마초 흡입 사건 외에 성추행 등 각종 성 관련 비위도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자체 감사를 거쳐 총 57명을 징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은 파면 3명, 해임 7명, 정직 10명, 감봉 19명, 견책 18명이다.

징계 사유를 보면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부서 직원을 성추행한 경우나 동료 직원 및 일반인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해 검찰에 송치된 경우, 회식 후 완력을 행사해 집에 가는 직원을 오피스텔까지 데려간 사례도 있었다. 직원에게 폭언하거나 성희롱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국민연금의 기강해이는 과거 국감에서도 문제가 됐던 만큼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종성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근본적 쇄신책들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원·군인연금 폐지 후 국민연금에 통합해야"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에선 국감을 앞두고 비위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대신 단골 소재인 연금 개혁 방안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지난 6일 국정감사 37대 정책과제를 발표하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폐지해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연금 개혁안을 제시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연금과 특수직연금을 일원화하는 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며 특수직역연금의 정부보전금제도를 폐지하고 국민연금의 급여를 상향해 동일한 수준으로 통합한 뒤 신규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를 국민연금에 가입시키는 방식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수직역연금은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가입하는 연금으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이 해당된다. 이들 연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대신 국민연금으로 통합하자는 게 국민의당의 주장이다.

국민의당은 현재 의원 수가 3명에 불과한 군소정당인 만큼 이런 개혁안이 강력하게 추진되기는 어렵다. 다만 3대 연금의 고갈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진다는 전망이 쏟아지기 때문에 연금 개혁은 어떤 형식으로든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달 초 발표한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인구구조 변화로 3대 연금이 조기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은 현 상황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2041년, 사학연금은 2029년에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소진 시점은 2056년, 사학연금은 2049년이다.

공무원연금은 2060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지 적자가 0.6%로 올해보다 0.5%포인트 증가한다.



◇수익률 부진하지만…참작 사항도

3대 연금의 국정감사에서 또 다른 단골 소재는 자산운용 실적이다.

이번 국감을 앞두고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상반기 사학연금 자금 운용 수익률이 저조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의원은 국감에 앞서 발표한 자료에서 사학연금의 올해 상반기 자금 운용 수익률이 1.37%에 그쳐 전년 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전략적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 충격을 받은 점과 그럼에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참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연금도 6월 말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기금운용 수익률이 0.5%, 공무원연금도 0.5%에 그쳤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국민연금은 1분기 말 -6.08%, 공무원연금은 -4.8%의 손실률을 기록하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그나마 플러스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정부의 자산운용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점도 3대 연금에는 힘이 되는 요소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20년 기금평가 결과'에서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최고 등급인 '탁월', 국민연금은 '양호' 평가를 받았다. 사학·공무원연금은 2년 연속 최고 등급이었고 국민연금은 '보통'에서 한 단계 개선됐다.

3대 연금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맞지만 지난해에는 수익률이 지나치게 좋았고 올해 상반기는 지나치게 힘들었다"며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받은 충격이 컸고 변동성이 커진 측면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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