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좋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자동화의 급속한 진행은 양질로 평가됐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게다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감소하는 제조업 일자리를 일부 대체할 것으로 기대됐던 대면 서비스산업 일자리도 줄이고 있다. 지난 8월의 국내 고용 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27만4천명 감소했으며 이 중 제조업이 5만명 줄어 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일자리 부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 미국 하원의 반독점 소위원회가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반독점 규제에 나서는 배경에도 이런 고민이 있다. 일자리 창출에 크게 이바지하지 않는 기업의 초고속 성장과 초대형화가 경제 생태계에서 점점 비중을 높이고 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올해 12조원 이상의 투자로 미국 전역에 사무실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며 수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사회 업체들에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알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는 경제 위기를 탈피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공공 주도의 녹색 뉴딜을 내세우는 흐름을 보인다. 정책금리가 너무 낮아진 탓에 수단이 변변치 않은 중앙은행의 역할은 예전 같지 않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 정상들은 2021~2027년 다년도 지출예산 및 경제회복기금 중 5천500억 유로를 탄소순배출량 '0'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와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도 2조 달러 투자계획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겠다는 환경투자 공약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경제 위기 타파를 위해 각국 정부에 재정 확대를 주문하면서 녹색 뉴딜을 통한 경기 회복이 풍부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권고한다. IMF에 따르면 전통적인 인프라 건설에 공공이 100만달러를 투자할 경우 2~8명의 일자리가 생기지만 같은 투자에도 연구개발과 친환경 전기 생산, 건물 효율화 등에는 5~14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연구됐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5년간 민간과 함께 20조원의 정책형 뉴딜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뉴딜 30개 분야와 녹색 뉴딜 17개 분야 등 40개 분야(중복 제외)에 투자할 계획을 세운 점은 다행이다.

문제는 전 세계가 전에도 극심한 양극화를 겪었음에도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를 막으려고 푼 유동성 탓에 앞으로 빈부격차가 더 커질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최근 UBS가 펴낸 억만장자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가격의 'V'자 반등 덕분에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27% 늘었으며 총 규모가 10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전 최고액이 경신됐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는 단순히 코로나19 탈출을 위한 밥벌이의 의미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은 현 자본주의의 구조적 취약점을 조금이라도 보완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치료 백신이다. 앞으로 진행될 뉴딜의 목표는 분명하다. 일자리 창출이어야 한다. (자본시장·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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