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주요 대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수익성이 부진한 사업 부문 정리에 나서고 있지만, 업황 불황에 이 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불황으로 매각 대상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수 매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최근 여성복 브랜드 이앤씨(EnC) 매각 작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지난 3월 매각을 공식화한 이후 1년 반 넘게 원매자를 접촉해 왔지만 올 초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업황 부진이 지속하면서 경쟁력이 약화한 것이 무산 원인으로 지목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의류 업계 부진이 이어진 데다, 특히 여성 의류 산업은 성장성이 크게 둔화됐다"면서 "매각 가격을 놓고 이견이 커 주식매매계약(SPA) 단계 이전에 딜이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이 희망하는 이앤씨 매각 규모는 300억~400억원이었지만, 인수 후보자는 200억원 내외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동안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케이스위스 등 알짜 사업을 매각하며 재무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그룹은 이번 매각 무산으로 사업 재편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화그룹은 사이판 월드리조트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신생 사모펀드(PEF)운용사 스트라이커캐피탈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코로나19로 해외 실사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딜이 멈춰선 상태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탓에 인수 후보자가 실사 등을 통해 가격 재조정에 나설 경우 매각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최소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사이판 월드리조트의 매각가는 1천억원 초반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수년째 호텔 부문 적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5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았지만, 매각이 지연되면서 사업 재편 작업도 미뤄지는 모양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소비 경기가 더욱 악화하면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 상반기에도 712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근에는 골든베이GC이마저도(태안) 매각도 추진 중이다.

CJ그룹도 부진 사업 정리가 순탄치 않다.

CJ그룹은 다음달 CJ푸드빌 뚜레쥬르 사업부문에 대한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인데,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어펄마캐피탈 등 다수의 PEF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매각가로 3천억원 이상을 희망하고 있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1천억원대 후반을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CJ푸드빌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매각가를 낮추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거래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유통부문 실적 개선이 어려워지면서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딜이 성사된 건 KG그룹의 할리스커피 인수 정도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다른 PEF들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매각 협상을 진행해오다 가격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향후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롯데그룹도 지난해부터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 매각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헐값이 팔지도, 갖고 있지도 못하는 계륵 신세가 된지 오래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만 해도 매각이 공식화된 곳 이외 수십 개의 매물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눈여겨보는 인수 후보자가 없다"면서 "구조조정 자체가 어려우니 회사 손익 개선 작업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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