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올해 들어 '놀라운 실적'을 내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지만 신용도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해소되질 않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은 채권매각 효과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반사이익 등을 누리면서 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이러한 효과들은 일회성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초저금리 리스크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사 신용도를 둘러싼 하방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에 총 전년동기 대비 15% 이상 늘어난 1조7천1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코로나19로 차량 운행과 대면 접촉이 크게 줄면서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손해율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에 이어 실적이 추가로 악화할 것을 경계했던 보험업계에선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최근 나온 보험사들의 실적은 대부분 괜찮은 수준이다"라며 "다만, 현재 시점에서 향후 실적을 낙관하는 곳은 거의 없는 점이 문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의 호실적이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렇다 보니 향후 1~2년의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버거워하는 곳들이 나올 정도다"고 전했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실적이 크게 출렁이자 신평사들은 올들어 초우량등급을 보유했던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신용도에 변화를 가하기 시작했다. 'AAA'였던 NH농협생명의 신용등급이 'AA+'로 낮아진 것을 시작으로, 또 다른 'AAA' 등급 업체인 한화생명은 '안정적' 전망을 반납하고 '부정적' 꼬리표를 달게 됐다.

경쟁 포화로 수익 창출력은 제한된 반면, 초저금리 여파와 새 회계기준(IFRS17) 등 규제 심화가 맞물리고 있는 점이 하향의 배경이 됐다.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손보사들 사이에서도 신용도 우려는 여전하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올들어 한화손해보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며 향후 등급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용평가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생보사의 경우 금리가 현재 수준이면 정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며 "손보사 또한 보험료 인상 등 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된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들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보험사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코로나19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만 기준금리가 0.75%포인트(p) 낮아진 점이 보험사들엔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경쟁강도 심화로 예정이율 인하 효과를 누리기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주된 투자자산들의 수익률과 보험사의 위험감내여력 등을 고려하면 운용자산이익률 개선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주요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올들어서는 간신히 3%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보험업에 대한 신용평가업계의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향후 신용도의 방향성도 하향 압력이 더욱더 크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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