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금융 불균형 위험이 여전하지만, 경기 부진을 고려할 때 완화 기조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했다. 지난 3월 임시 금통위에서 50bp 인하하고, 5월 추가로 25bp 내린 후 세 차례 연속 동결이 이어졌다.

◇ 가계부채 높은 증가세 지속…금융불균형 위험 여전

가계 부채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며 금통위의 추가 완화 행보를 제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9조6천억 원 늘어 957조9천억 원(9월 말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증가 폭(11조7천억 원)을 밑돌지만, 지난해 9월 증가 폭(4조8천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주택시장에서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는 주춤했지만, 전셋값이 오르면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9월 중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6% 상승했고, 전셋값은 전월 대비 0.8% 올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함에 따라 국내 방역 단계가 완화 조정된 점도 한은이 추가 완화에 나서지 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확대재정 정책 영향에 성장세가 다소 개선되는 점도 동결 요인으로 언급됐다.

금통위는 이미 기준금리를 대폭 낮춘 상황에서 금융 불균형 우려가 지속하자, 완화정책의 속도를 더 높이기보다는 그간 정책 효과를 지켜보자고 판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가계 부채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그렇지만 우리나라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최근 증가세가 높아지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고 답했다.

◇ 경기 부진에 완화 기조 유지는 불가피

물가의 수요 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점은 한은이 금융 불균형 위험에도 완화 기조를 유지한 배경이다.

한은은 국내 경제가 더딘 행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미약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는 조정을 지속했다며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물가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은은 판단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농수산물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올랐다.

다만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외부충격에 따른 변동성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근원물가)는 0.9% 오르는 데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의 상승 폭은 0.6%를 기록했다.

한은은 통방문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 지속, 수요 측면에서의 낮은 물가 상승압력 등으로 낮아져 당분간 0%대 초중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앞으로 한은은 코로나 영향이 점차 약화하면서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일 때까지 완화적 통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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