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내년 경영계획 수립을 앞두고 증권사 채권 딜링룸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증권사 채권운용부서는 역대 최대급 실적을 올렸는데 내년 목표는 여기서 더 상향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최근 내년 경영계획 목표 수립에 한창이다. 전체 목표가 정해지면 부서별로 이에 맞춰 실적 목표가 정해지는 방식이다.

예년과 다를 바 없는 목표 수립 과정인데, 채권 딜링룸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올해 실적과 관련이 깊다.

올해 채권 딜링룸 대부분은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75bp 인하한 영향이 컸다.

금리 인하에 보유하던 채권의 가치가 오르면서 거둔 이익의 규모가 상당했던 셈이다. 일부 대형증권사의 채권 운용이익은 1천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내년이다. 역기저 효과가 작용하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 여지가 줄어드는 등 운용여건도 올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0.50%로, 원화가 비기축통화인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하 여지는 크지 않다. 많아야 한 차례 정도 인하가 가능하다는 게 대부분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견해다.

A 증권사의 관계자는 "다음 해 실적 목표가 올해보다 낮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내년 목표도 상향될 텐데, 이를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조달금리가 낮아 크레디트물 보유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 쉬운 여건이라는 평가도 일부에서 나오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B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최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분위기라 은행채 담는 것도 조심스럽다"며 "위험 값이 있는 크레딧을 일정 수준 이상 담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당국의 레포 규제 등이 강화된 점도 딜링룸의 수익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RP 익일물(만기 1일) 매도자는 매도 잔액의 10%, 기일물(만기 2일 이상) 매도자는 0~5%에 해당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지난 7월까지는 익일물의 경우 1%만 보유하면 됐고, 기일물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할 의무가 없었다. 내년 5월부터는 익일물은 20%, 기일물은 5~10%의 현금성 자산 보유로 규제의 강도가 세진다.

C 증권사의 관계자는 "달라진 운용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따르다보면 사고가 날 위험성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며 "목표 설정 과정에서 달라진 시장 상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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