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올해 예정된 주요 연기금의 국정감사가 대체로 마무리된 가운데 국민연금 직원들의 대마초 흡입 혐의 등 기강해이와 각종 비위 문제가 뉴스의 중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전범 기업 투자와 수수료 문제 등 그간 국정감사에 자주 등장한 '단골 레퍼토리'는 올해도 등장했는데 여전히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에 집중됐던 3대 연금(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의 국감에선 전범 기업 투자와 위탁운용사 수수료 과다 지급 등이 어김없이 문제로 지적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국감에서 교직원공제회가 최근 2년간 일본 전범 기업에 57억원을 위탁 투자했다고 공개했다.

교공은 2018년 22억원, 지난해 35억원 등 57억원을 일본 전범 기업에 투자했다. 2016년과 2017년, 올해에는 전범 기업에 대한 투자가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2018년에는 히타치, 스미토모 미쓰이, 미쓰비시상사, 다이킨공업, 산큐 등 투자한 전범 기업이 열 곳이었고 작년엔 히타치, 스미토모 미쓰이, 다이와 하우스, 산큐, 도카이여객철도 등이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하지만 교공은 글로벌 벤치마크에 맞추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전범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공에 따르면 위탁운용사가 전범 기업을 담은 펀드는 두 개였고 그중 비중이 컸던 하나는 청산하게 돼 올해는 전범 기업 투자가 없었다.

교공 관계자는 "블라인드 펀드여서 어디에 투자하는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과 별개로 향후 운용사 선정 과정에선 전범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는 조건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기금 국감에서 전범 기업 투자를 지적하는 것은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이어진 단골 소재다.

지난해 국감에선 국민연금이 전범 기업에 5년간 5조6천억원을 투자했고 투자한 전범 기업 75개 중 63개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해외주식의 패시브 투자 규모가 상당하고 글로벌 벤치마크를 추종하면 지수에 포함된 일본 기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 운용 지침이 있는데 단순히 전범 기업이라는 이유로 원칙에 어긋나게 투자한다면 국민 노후자금을 멋대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서 연기금 자금이 전범 기업에 투자되는 것은 불쾌할 수도 있다"면서도 "해외 투자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벤치마크 추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이 해외 위탁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국감장에서 매년 나오는 논란이지만 그 순기능은 무시한다는 비판 또한 여전하다.

올해에는 지난 1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서 물러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의 위탁수수료 문제를 걸고넘어졌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이 지난 5년간 해외 위탁운용사에 4조5천억원을 수수료로 지급했고 2015년부터 작년까지 해외 위탁 운용기금도 두 배나 늘어났다"며 수수료 지급액이 과하다고 주장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2024년까지 해외 투자 규모를 전체의 절반까지 늘릴 계획인 반면 운용 인력 충원 속도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해외 위탁운용사는 투자자산에 더 전문적이고 해외 실사도 대신할 수 있는 만큼 수수료 이상의 값어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총자산은 780조원에 육박하는 반면 운용인력은 300명 수준에 불과하다. 비슷한 규모의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 운용 인력 수가 크게 부족한 데다 코로나19로 해외 직접 실사도 어려워진 만큼 위탁운용사로 운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연기금 투자책임자는 "위탁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 수수료도 계속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인력 충원이 어렵다면 위탁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저렴하고 투자의 질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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