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씨가 일본 롯데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현대차·LG·SK 등 주요 그룹의 세대교체 흐름에 맞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신 씨는 올 상반기 일본 ㈜롯데에 입사했다.

입사 시기, 직책, 업무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사급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산하 제과업체다.

신 씨는 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마나미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3남매 중 맏이다.

1986년생으로 2008년 노무라 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다시 노무라에 복귀해 최근까지 싱가포르 지사에서 일했다.

신 씨는 아버지 신 회장의 경영 데뷔 코스를 그대로 밟고 있다.

신 회장도 노무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컬럼비아대 MBA를 마치고 34세에 일본 롯데 산하의 롯데상사에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롯데 입사가 후계자 수업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 씨는 신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국적과 병영 의무 문제를 해결하고 경영에 데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일본 두 개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던 신 회장은 36세에 한국 롯데그룹에 입성했고 만 41세(만 40세부터 병역 면제) 때 일본 국적을 포기하면서 병역 의무에서 벗어났다.

2009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만 38세부터 병역이 면제되는 것을 고려하면 신 씨는 2024년 이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귀화해 롯데의 3세 경영 시대를 공식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롯데 오너가 재판과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고, 신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 원톱체제를 확고히 갖추면서 3세 경영 체제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신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때와 비슷한 행보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

최근 재벌 총수들의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분위기도 신 씨의 롯데 입성 시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면서 4대 그룹 모두 40·50대의 3·4세대 총수 진용을 갖췄다.

현재 주요 그룹 중 2세가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경우는 신 회장의 롯데와 2세인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정도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이 지난달 말인사에서 사장·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 시대를 알렸고, GS 그룹도 작년 말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이 본격화했다.

한진그룹도 지난해 4월 조양호 전 회장 별세 후 3세인 조원태 회장은 곧바로 경영권을 물려받아 회장에 취임했고, 2018년에는 LG그룹이 구광모 회장이 40세에 회장에 오르며 변화의 새바람을 몰고왔다.

경쟁 유통기업인 신세계그룹도 최근 이명희 회장이 아들 정용진 부회장과 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 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세대교체 작업이 감지되고 있다.

CJ그룹 역시 최근 올리브영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신 씨의 롯데 입사가 신 회장의 경영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고, 경영 승계 등 그룹 지배구조에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대내외에 내보이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유통과 화학 부문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98.5%, 90.5% 급감했다.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룹 입지를 더욱 탄탄히 만들겠다는 의지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아버지 고(故)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변화와 쇄신을 통해 그룹 장악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롯데뿐 아니라 최근 경영 승계 과정에 있는 재계 전반의 모습이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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