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작년 단기 채권 금리 급등세를 일으킨 정기예금 자산담보기업어음(ABCP)의 만기가 곧 돌아오지만, 채권시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국의 규제 완화로 은행들이 ABCP나 양도성예금증서(CD)를 급히 발행해야 할 필요성이 감소했고, 시장의 유동성도 풍부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22일 연합인포맥스 정기예금 유동화 은행별 연계현황(화면번호 4736)을 보면 올해 남은 기간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의 정기예금 유동화 ABCP 규모는 26조3천313억 원가량이다.

차환과 신규 발행이 활발하다면 연말마다 크레디트물의 금리 상승을 가중할만한 재료지만 시장참가자들은 올해는 작년과는 다를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금융 당국이 은행에 적용하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예대율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원래 100%였던 통합 LCR 규제는 2021년 3월까지 85%로 완화됐고, 100%인 예대율 기준도 내년 6월 말까지 5%포인트 이내의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LCR은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의 비율로, 이 비율이 내려가면 시중은행은 고유동성자산을 그만큼 덜 쌓아도 된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로 은행들은 작년까지 예수금을 늘리고 대출은 줄여 100% 이내의 규제 비율을 맞춰야 했다.

은행들이 작년 ABCP와 CD 발행을 크게 늘린 이유도 연말을 앞두고 예대율 100% 기준의 분모에 해당하는 예수금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조치였다. 올해는 이 비율에 여유가 있으니 ABCP를 급하게 발행할 필요가 사라진 셈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예담ABCP나 은행채는 보통 연말에 발행 수요가 많았는데 올해는 제한적"이라며 "원래 매년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11~12월에 발행을 늘렸었는데 규제 정상화 시점이 늦어지면서 11~12월 발행하던 것을 내년 1~2월에 발행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BCP 금리도 안정적이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현재 ABCP 1년물 발행 금리는 0.94% 수준으로, 기준금리 대비 44bp 정도 높다.

작년에는 ABCP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준금리 대비 스프레드가 50bp 중반 이상으로 벌어진 바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연말마다 크레디트물의 금리가 상승하면서 해마다 상승 시기도 빨라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다만 올해는 유동성이 풍부해 예년과 같은 금리 상승세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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