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인텔이 최근 SK하이닉스에 중국 공장을 포함한 낸드 플래시 사업부를 매각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을 인수함으로써 2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지니게 돼 1위인 삼성전자 31%에 이어 2위 사업자로, 인텔의 강점인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에서는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게 됐다.

이런 점들은 역설적으로 인텔이 낸드 플래시 사업부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눈길이 쏠리게 했다.



◇고수익·고마진 시장 집중 위해 전통사업 포기

21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인텔은 이번 거래를 통해 전통 사업을 축소하고 고마진, 고성장 시장에 투자하기 위한 쇄신 계획을 수행한다. 인텔은 치열한 경쟁으로 꼼작할 수 없게 된 사업들을 축소해왔다. 작년 7월에는 스마트폰 모뎀 칩 부문을 애플에 10억달러를 받고 매각했고 2018년에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사업부인 윈드리버를 TPG에 매각했다. 보안프로그램 맥아피 지분 다수도 지난 2017년 31억달러를 받고 TPG에 매각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데이터센터사업, 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만드는 모빌아이, 사물인터넷(IoT) 등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 사업 부문에 집중됐다.

낸드플래시 사업부 매각 역시 같은 맥락이다.

90억달러의 매각대금은 재무상태표를 뒷받침하고 고성장 사업 부문에 들어가는 연구개발비용을 충당하게 된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인 밥 스완은 관련 성명에서 "이번 거래로 우리는 차별화된 기술에 투자하는 데 더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낸드 플래시 시장…"원하는 이익을 낼 수 없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치열한 경쟁도 인텔이 손을 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4월 스완 CEO는 낸드 사업에서 더 매력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조지 데이비스는 지난 3월 플래시 메모리 사업이 유망하다면서도 원하는 이익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IT전문지인 블럭스엔파일스에 따르면 웰스파고의 아론 레이커스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구독자에게 인텔이 지난 2분기를 끝으로 하는 12개월동안 낸드 플래시 사업에서 3억4천만달러의 영업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 1월 3D X포인트라는 고급 메모리 기술을 만드는 벤처 회사 지분을 15억달러에 마이크론테크놀러지에 매각하는 등 메모리 제조 분야 투자를 줄여왔다.

인텔은 그동안 경쟁자들이 부상하며 압력에 노출됐다.

올해 들어 인텔의 주가는 10%가량 빠졌는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같은 기간 30%가량 올랐다. 지난 7월 하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약하고 미래 CPU 기술이라고 강조했던 초고속 7나노 칩 기술 발표가 연기된다고 밝혔을 때는 주가가 15% 이상 빠졌다.

경쟁자인 AMD는 인텔의 고전을 틈타 시장 점유율을 착실히 늘리고 있다. 머큐리 리서치에 따르면 AMD의 PC CPU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17%로 5년 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인텔은 나머지 시장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중국 제재,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도 배경

미국 정부의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제재 역시 매각의 사유로 꼽힌다. 중국 기술기업의 성장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술 등을 중국 기업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요구했다.

인텔의 유일한 주요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바로 중국 다롄에 있다. 이 공장을 SK하이닉스에 팔고 나면 인텔은 중국에서 이렇다 할 사업이 없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도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부 매각의 배경이다.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지난 7월 200억달러에 맥심 인티그레이티드 프로덕츠를 인수했고 엔비디아는 에이알엠을 400억달러에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했다. AMD는 경쟁업체인 자일링스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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