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해 공격적인 채권 매각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해 온 점이 손해보험사들의 올해 하반기 실적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개선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는 시각도 꾸준히 늘어왔다.

하지만 손보사들이 손해율 개선구간에서 채권 매각을 줄이는 전략으로 돌아서며 최근에는 기저효과 탓에 드라마틱한 수익성 개선은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4개사는 지난해 총 채권매각을 통해 1조4천억원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며 500억원 수준의 채권 매각에 나선 삼성화재를 제외하면, 2위권인 현대해상과 DB손보는 지난해에만 각각 4천억원과 3천억원 이상의 채권을 팔았다.

특히 가장 공격적으로 채권 매각 작업을 진행해 온 메리츠화재의 경우 채권 처분을 통해 6천2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업황 악화 속에서 당기순이익을 맞추기 위해서는 채권 매각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다만, 최근에는 손해율 관리가 가능해진 만큼 과도한 채권 매각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손보사들의 자보 손해율은 과거 대비 6%포인트(p)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관리되고 있다.

지난해 1~9월까지 기록한 주요 손보사들의 자보 손해율은 94.6%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88.45%까지 낮아졌다.

업계에선 자보 손해율이 1% 낮아질 경우 전체적으로 약 1천500억원 수준의 손익 개선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숨통'은 트인 셈이다.

손보사들이 채권 매각 기조를 완화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손해율 관리 실패를 채권 매각을 통해 메우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올해 들어 손해율이 개선되자 '숨 고르기'를 통해 그간 채권 매각으로 고갈된 체력 보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손보사들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기에 과거 매입했던 고금리 채권을 매각하면 그만큼 평가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이렇다 보니 채권매각은 저금리 상황에 대비한 자산운용 전략의 하나로 활용돼왔다.

다만, 이러한 기조가 심화하다 보니 향후 매각할 만큼 채권이 크게 줄어든 데다, 매각 이후 이자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존재했다.

아울러 매각한 고금리 채권을 대체할 만한 투자처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함께 문제로 지목됐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3분기 들어 채권 매각 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 매각을 최대한 자제해왔던 삼성화재를 제외하면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고 전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간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컨센서스를 실시한 결과, 삼성화재는 별도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23.28% 늘어난 1천9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지난해 3분기 1천2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DB손보의 실적 추정치는 10% 이상 줄어든 1천87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대해상의 경우 같은 기간 118.67% 오른 1천581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고됐지만, 이는 1천500억원 규모의 강남 사옥 매각이익이 반영된 영향이라는 평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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