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미국 경기부양책 이슈의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현재 시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만을 반영하고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더라도 미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점하는 경우 경기부양책의 전망이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파이브서티에잇(538)' 등 미국 선거전문 매체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11월 3일(현지시간) 대선과 상원·하원 선거를 함께 치른다.

하원은 이번에 435명의 의원을 전원 새로 뽑고 상원은 100명 중 35명만 다시 선출한다.

파이브서티에잇 조사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52.1%, 트럼프는 42.3%로 바이든이 9.9%포인트 차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하원 선거에서도 대부분의 매체가 민주당의 다수당 차지를 예상하고 있다.

경기 부양책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선거는 상원 선거로, 파이브서티에잇은 상원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을 74%로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75%로 내다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양당이 46석씩을 차지하고 8석의 향방이 불확실한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의 이런 예측에 기반해 현재 미국과 한국 채권시장도 민주당이 대선과 상·하원을 모두 휩쓰는 '블루웨이브' 상황만 반영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경기부양책의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큰데, 시장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경기부양책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보다는 공화당의 입장이 부각되면서 금리가 하락 방향으로 되돌려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방안보다 더 큰 경기 부양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지난 6일에는 민주당과의 협상 중단을 지시하는 등 태도가 급변하기도 했다.

미국의 의회전문매체 힐은 다수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더 큰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선호하지 않으며,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대선 전 협상을 타결하지 말라고 백악관에 경고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값이 중요한데, 민주당이 석권하는 가능성은 금리에 프라이싱이 돼 있지만 공화당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상원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는 경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0.5%대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22일 종가는 0.8664%다.

미 국채 금리의 되돌림은 우리나라 채권 금리의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트럼프 재선 성공이나 상원에서 공화당의 승리로 금리가 되돌림을 나타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며 "현재는 바이든 승리 가능성에 약세 재료를 선반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기 펀더멘털 훼손이 없다면 트럼프나 공화당의 승리가 금리를 바닥까지 떨어트리는 재료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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