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해외 투자 시 배당세 환급분을 수익으로 잡아 수익률을 '뻥튀기'했다는 논란이 거센 가운데 다른 주요 연기금도 같은 방식으로 수익률을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함께 이른바 '3대 연금'으로 꼽히는 공무원연금공단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도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돌려받은 배당세 환급분을 수익으로 산정해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연금은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 간 조세협약에 따라 배당세액을 환급받고 있다"며 "배당세 환급분은 해외주식 투자수익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사학연금도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조세협약에 근거해 배당세액에 대해 원천징수되지 않는 면세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환급받은 배당세액은 수익으로 산정된다.

다만 사학연금은 직접 투자 비중이 큰 국민연금과 달리 미국 주식은 대부분 면세 혜택이 없는 공모펀드를 통해 투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에 따른 세금의 환급분을 수익으로 잡는 것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이 연기금 운용역들의 성과급을 책정할 때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국가 간 조세협약에 따라 자동 환급되는 배당세(전액 또는 일부)를 투자 수익으로 산정해 그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 투자 시 배당세 환급분을 수익에 포함해 주요 성과급 평가 지표인 수익률을 높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가령 미국 주식 투자로 1천억원의 배당 수익이 났다면 배당세 환급분 30%를 뺀 700억원이 실제 투자 수익이지만 국민연금은 배당세 환급분까지 포함해 총 1천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모두 해외주식에 투자할 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전세계지수(MSCI All Countries World Index·ex KOREA)를 벤치마크 3대 연금으로 삼는다.

해당 지수의 수익률은 세금 차감 전 기준인 그로스(gross), 세금 차감 후 기준인 넷(net), 가격 변동만을 고려한 프라이스(price) 등 3가지 기준으로 산출되는데 이들 연기금은 넷 기준을 벤치마크로 삼아 수익률을 산정한다.

다시 말해 투자 수익에는 배당세 환급분을 포함하면서 성과 평가 잣대인 벤치마크는 세금 차감 후 수익률이 산정된 지수를 이용했다는 뜻이다.

결국 이들 연기금은 가만히 있어도 환급받는 배당세액만큼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낸 셈이 됐고 성과 평가도 유리하게 받았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본부 운용역들도 1인당 평균 5천657만원의 성과급을 챙기게 됐다. 해외주식 부문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시간 가중수익률 기준 31.64%를 기록해 벤치마크 대비 0.19%포인트의 초과 성과를 냈다.

백종헌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배당세 감면분을 제외하면 국민연금의 지난해 해외주식 투자 성과는 초과 수익이 마이너스(-) 0.10%포인트였다"며 "배당세를 포함한 수익률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 또한 해외 주식투자에 국민연금과 같은 벤치마크를 썼으나 성과 측정이 왜곡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세금 차감 전인 '그로스' 기준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연기금의 해외 주식투자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은 연방 세법에 따라 해외 국가 기관이나 국가의 통제를 받는 기관에 대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은 국가 간 합의에 따라 미국에서 벌어들인 투자수익에 대해 면세 혜택을 받고 있다.

jhji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0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