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SK넥실리스의 동박 제조 기술력은 세계 최고입니다. 업계 내 평균 5~8년 앞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5·6공장을 완공하면 현재 공장이 있는)정읍시에는 더는 부지가 없습니다. SK넥실리스 창사 이래 최초로 해외에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찾은 전라북도 정읍시 SK넥실리스 공장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하는 동박 공장 증설에 분주했다.

취재진을 맞이한 김영태 SK넥실리스 사장의 설명에서는 IT와 모바일 기기를 넘어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급성장의 전기를 맞이한 동박 제조회사의 흥분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김 사장은 "전기차와 ESS가 향후 배터리 시장 성장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며 "전기차가 주를 이루고 ESS가 쫓아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동박 수요에 발맞춰 SK넥실리스는 올해 3월 5공장, 6월 6공장 증설 결정을 하고 각각 1천200억원씩 총 2천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1월 SK그룹에 인수된 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투자 결정과 실행이 이뤄졌다.

김 사장은 "장치산업의 경우 투자 결정까지 통상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며 "SK그룹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적기에 할 수 있는 기업 문화와 경영철학을 갖췄다. SK그룹의 일원이 된 후 이런 점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첫 해외 생산도 할 예정이다.

올해 안으로 해외 진출 지역을 확정한 후 오는 2025년까지 현재보다 생산 능력을 3∼4배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SK넥실리스 정읍공장은 동박 1~4공장과 박막1공장 등 총 3만9천평 규모의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1~4공장 바로 옆에 신설 중인 5·6공장이 완공되면 SK넥실리스의 생산 규모는 현재의 3만4천t에서 5만2천t까지 늘어난다.

5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6공장은 2022년 가동이 시작된다.

현장 직원 200여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은 400여명이다.

동박은 말 그대로 동을 종이처럼 아주 얇게 만든 것이다.

전기차나 정보통신(IT) 기기, ESS에 필요한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로 음극집전체 역할을 하며, 전지에 사용되는 모든 원부자재 중 가장 무거운 금속이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동박은 얇아도 면적만 같으면 같은 역할을 한다"며 "따라서 얇으면 전지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부피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박은 얇아질수록 활물질을 더 많이 담을 수 있어 전지의 고용량화에도 유리하다.

전기차의 경우 1대당 30㎏에 달하는 동박이 탑재되는 데 따라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얇은 동박의 수요는 더욱더 많아질 전망이다.

SK넥실리스는 20년 넘는 동박 제조 노하우를 활용해 동박 제조업체 중 가장 얇은 동박을 생산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성능 면에서도 차별화된 동박을 생산한다.

배터리는 반복적으로 충·방전하면 전극이 수축, 팽창을 거듭해 배터리가 변형되거나 전극이 끊어져 성능이 떨어진다.

SK넥실리스는 지속적인 수축, 팽창에도 유연하게 견딜 수 있게 도금액의 조성, 첨가제 종류, 도금 온도 등 각종 공정 조건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올해 7월 2019 IR52 장영실상 가운데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달에는 KRI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가장 길고 폭이 넓으며 얇은 동박 제조'로 최고기록 공식 인증을 받았다.

두께 4.5㎛, 폭 1.33m의 동박을 3박 4일 동안 56.5km 길이로 생산하는 데 성공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4.5㎛는 머리카락의 30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4㎛ 동박을 1.4m 광폭으로 세계 최장인 30km 길이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원가를 낮추고 고객사에 소구하려면 얇게 만드는 것 외에도 길고 넓게 만드는 기술 역시 필요하다.

전상현 본부장은 "동박은 처음에 만들 때 몇m는 잘라야 하고, 고객사도 초기에 몇m는 버려야 하는데 길게 만들면 그 부분을 줄여서 수율 손실을 낮출 수 있다"며 "길어질수록 결함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결함 없이 길게 만드는 것이 기술력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동박을 넓게 만들면 고객사의 설비비가 줄어든다"며 "중간에 끊어지면 안 되니 강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박은 얇을수록 쉽게 찢기고 주름이 생길 수 있어서, 이렇게 얇고 길고 넓은 동박을 다루려면 높은 수준의 배터리 공정 기술을 갖춰야 한다.

SK넥실리스가 동박을 공급하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가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점도 SK넥실리스에 유리한 지점이다.

김영태 사장은 "얇아질수록 만들기도 어렵지만, 고객사도 공정기술이 올라가야 한다"며 "국내 배터리 3사가 그런 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4, 4.5㎛ 동박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고객사가 필요로할 때를 대비해서 개발해놓았다며 "저희 기술이 올라가면 고객사도 공정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에 맞는 금속 물질 개발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김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에 맞는 금속 물질 개발이 필요하다"며 "전고체 배터리용 금속 개발을 일부는 국책과제로, 일부는 고객사와 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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