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후 오너 일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그룹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이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며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이 지배구조의 최정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했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다음 날인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보다 13.46% 오른 11만8천원으로 마감했다.

한때 21% 이상 상승하면서 12만5천원에서 장중 고가를 형성하며 삼성그룹주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같은 날 삼성SDS는 5.51% 오른 18만2천원에, 삼성생명은 3.80% 오른 6만5천500원에 거래가 끝났다.

삼성전자는 0.33% 상승했다.

코스피가 0.7% 하락하는 와중에서도 삼성그룹 주가가 상승한 것은 이건희 회장 별세로 오너 일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가 퍼진 영향이다.

실제로 LG그룹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고(故) 구본무 회장의 재산을 물려받으며 상속세 9천215억원을 부담하게 되자 배당을 확대한 바 있다.

구광모 회장이 15.95% 지분을 보유한 ㈜LG 2017년 1천300원이었던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2018년 2천원, 지난해 2천200원으로 늘렸다.

삼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30.9%로 가장 높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점도 배당에 대한 기대를 잘 보여준다.

삼성SDS와 삼성생명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도 각각 17.0%, 20.8%에 달한다.

반면 오너 일가의 지분이 없는 호텔신라는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지만 0.13% 하락했다.

삼성물산의 주가 급등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17.1%로, 부친 이건희 회장(2.8%)이나 여동생인 이부진 사장(5.5%),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5%)보다 월등히 많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삼성그룹이 어떤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의사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또한 10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나눠 납부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배당을 늘릴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통과되면 삼성물산을 매개로 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구조가 개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 외에는 모두 매각해야 한다.

이들 회사가 처분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만 4억주, 지분 가치로는 약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배당 확대 기대에도 전일 주가 상승 폭이 0.33%에 그친 것은 지분매각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직스 지분 43.4%를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다만 이렇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일 경우 자회사 주식가치가 총자산의 50%를 웃돌게 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강제전환될 수 있다는 문제가 남는다.

강제전환을 피하고자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해서 보험업법 개정에 대응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인적 분할 후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또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인수한다.

이렇게 하면 삼성물산의 자회사 주식 가치가 50% 미만으로 유지돼 지주회사 강제전환 압박이 사라진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거나 호텔신라,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면서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그룹 호텔·면세점 사업을,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을 가지고 독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이들이 보유한 호텔신라, 삼성물산 지분이 계열분리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 당분간은 원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쪽으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 역시 삼성전자(22.6%)와 삼성물산(17.1)의 지분율이 높아 오너 일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지분을 일부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충분히 보유한 만큼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경영권 행사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SDS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상당 부분 매각이 이뤄지면 온전히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 보유에 따라 반영됐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부정적 요소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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