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우리나라의 필립스곡선이 평탄해지는 현상이 포착되면서 한국은행의 고용 목표 채택 논의도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필립스곡선 평탄화가 고용 목표 채택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한은이 실제로 고용을 통화정책 목표로 채택하기까지는 아직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했다.

27일 한국은행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의 필립스 곡선이 평탄해졌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국회에 제출했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과 명목임금 상승률 사이의 역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으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임금과 물가 상승을 용인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힘 받을까

한은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는 대체로 음의 관계를 보이나 상관관계가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다른 답변에서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고용(실업)→임금→물가 파급이 과거에 비해 약화돼 필립스 곡선이 평탄화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물가 상승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할 필요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은이 고용 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에 비중을 두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할 수 있어 통화정책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는데 이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가 약해졌다"며 "성장과 고용을 우선하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성장 우선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고, 한은에서도 필립스곡선 평탄화 현상을 통해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감사에서 고용 논의에 대해 이전보다 진전된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고용을 목표로 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한은 목표 설정에 대해 본격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되길 기대한다"며 "한은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앙은행의 과감한 변화를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필립스 곡선. 한은 국회 제출 자료>



다만 고용을 실제로 목표로 설정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2%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물가상승률에 비해 고용은 목표를 구체화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한은은 금융안정이라는 또 다른 통화정책 목표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2%의 목표가 있고, 여기에 대해 이론의 여지도 없다"며 "반면 고용 목표는 실업률을 봐야 하는지, 또 실업률을 채택한다면 자연실업률은 어느 정도인지 등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재 연구원은 "(고용 목표 채택에) 실질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은 부동산 과열이라는 금융불안·가계부채 문제"라며 "한은이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를 보고 성장 우선적 정책을 추진하려 했을 때 가계부채와 부동산 투기 문제가 현실적으로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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