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채권 금리가 오르는데도 달러가 약세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금리차 확대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기 쉽지만 이와 같은 법칙에 위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재정확대를 예측한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매도해 달러 수요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 일부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 및 달러 매도를 주도하고 있다는 흑막설도 부상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장기 금리 지표인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주 한때 0.8%대 후반으로 올라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초장기물을 중심으로 여러 만기의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내달 3일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 인프라 투자 등 재정지출이 확대돼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투자자 유형 가운데서는 투기세력이 미국 국채 매도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30년물 국채 순매도 규모는 23만계약으로 통계가 시작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도 투기세력의 매도세로 순매수 규모가 줄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장기 국채와 엔화 환율은 높은 연관성을 나타낸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일본과의 금리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자들이 엔화 매도·달러 매수로 움직이기 쉬워서다.

하지만 달러지수는 지난주 92선으로 후퇴해 9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엔 환율도 104엔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장기 금리와 달러의 상관관계가 이처럼 약해진 데 대해 시장에서는 '중국 흑막설(中國黑幕說)'도 부상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시장에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뒤흔들 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미국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미국 국채에서 손을 떼고 달러 매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견해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조680억달러(약 1천202조원)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 시장 내 존재감이 크다. 하지만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올해 2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실제로 중국의 '미국 매도'로 움직이고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판단했다. 노무라증권은 "해외 세력 전체가 달러화 자산을 매각하며 대선 전 포지션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위안화 기준환율을 위안화 강세·달러 약세 방향으로 설정했다. 미국 금리 상승에도 달러 약세가 진행된 배경으로 위안화 상승을 지목하는 시장 참가자들도 많다.

그렇다면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의 상관관계가 다시 강해질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경제 회복 여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이 초점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이기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다시 1%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MBC닛코증권은 "금리가 1%를 넘으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금리도 상승하기 쉽기 때문에 엔화 약세·달러 강세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급속한 금리 상승은 미국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이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현재 금리와 달러의 움직임이 일회성인지, 아니면 뉴노멀인지는 내달 3일 이후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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