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최정우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LG화학 배터리부문의 물적분할 사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정하면서 오는 30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로 시장의 이목이 쏠리게 됐다.

27일 국민연금은 제16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를 열고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을 신설 독립법인(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분할 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물적분할로 지분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 등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LG화학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진영에서 줄곧 제기한 문제점이다. 소액 주주들은 LG화학 배터리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이 부분만 따로 신설 독립법인(LG에너지솔루션)으로 떼어내면 지분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꾸준히 비판해왔다.

국민연금의 주요 의결권 자문사 중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기관도 비슷한 맥락의 반대 논리를 제기했다.

독립계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물적분할 이후 LG가 독립법인을 기업공개(IPO)하면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며 소액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는 LG화학이 제시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모회사(LG화학) 디스카운트로 발생할 주주가치 훼손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에 대해 LG화학이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아쉬움도 나왔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총회를 3일 앞두고 국민연금이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재기하면서 관련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통상적으로 이 정도의 논란에 대해 기업 측에서 예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의사 결정 자체의 가치평가보다는 기업의 주요 결정 이전 주주와의 소통 부재가 매우 아쉬움으로 남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민경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 기업의 경우 주요한 의사 결정 이전에 이해관계자끼리 소통하면서 반대 의견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불확실성에 대한 완전 해소가 어렵다면 보완 조치가 마련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반대로 이번 임시 주총의 표 대결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번 사업 분할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이다. 총발행주식 중 3분의 1 이상,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LG화학은 ㈜LG와 특수관계인이 34.17%의 지분율로 최대 주주며 국민연금이 10.72%로 2대 주주다. 1% 미만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54.33%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율이 50%를 밑돈다면 LG화학은 자체 보유 지분만으로 분할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임시주총부터 전자투표제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배터리 부문 분사는 특히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를 건드리는 만큼 간편한 전자투표로 의결권 행사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올해와 작년 LG화학의 정기 주총 의결권 행사율은 각각 76.4%와 77.8%였다. 첨예한 이해가 걸린 만큼 이보다 의결권 행사율이 더 오른다고 가정할 때 LG화학은 총 발행주식 중 50%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할 수 있다. 결국 LG화학의 보유 지분 외에 약 20%의 지분이 찬성표를 던져줘야 분할 안건이 통과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10%의 지분을 반대표로 행사하기 때문에 LG화학으로선 나머지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더욱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기관 중 외국계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이 물적분할에 찬성한 점은 LG화학이 외국계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화학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38.74%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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