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최근 원화가 위안화와의 연동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원화가 위안화의 약세보다는 강세만을 일방적으로 연동하면서 편향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위안화의 강세 폭보다 원화의 강세가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위안-원 환율은 168.06원에 개장해 장중 한때 167.98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위안-원 환율이 167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1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현재 연저점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







<위안-원 환율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최근 위안화의 강세에도 위안-원 환율이 170원 부근을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위안-원 환율의 하락은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원화가 위안화에 다소 편향적으로 연동되고 있다면서 우려감을 드러냈다.

한 시장 참가자는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6.62위안대까지 하락하며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며 "그러나 달러-원 환율은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온다기보다는 계속해서 하단을 테스트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화는 최근 위안화 강세 폭을 이미 다 반영한 상태인 것 같다"며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때 오히려 원화만 강세를 보이며 연동에서 벗어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도 "원화가 위안화를 추종하고 있지만, 원화 강세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연동할 만한 다른 통화나 자산이 없다 보니 위안화를 볼 수밖에 없으나 지금은 과한 감이 없지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7위안대를 상회하던 달러-위안 환율이 본격적으로 하락했을 때 달러-원 환율은 박스권에 머물렀다면서 현재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를 디커플링 해소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공유한 인식이다. 이 총재는 당시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에 대해 "7월 이후 미 달러가 급락하고 위안화가 크게 절상되는 가운데 달러-원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했다"며 "9월 중순 이후 원화 강세가 빨라졌는데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그간 디커플링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대를 상회하다가 본격적인 하락기를 나타냈던 초반 달러-원 환율은 1,180원대 박스권에서 탈피하지 못했었다"며 "위안화와 원화가 정확히 똑같이 연동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함께 하락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proxy) 통화로 위안화를 무조건 추종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 및 경제 구조상 원화의 위안 프록시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부분이지만, 관리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자본 유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중국 위안화를 원화가 무조건 추종하는 것도 문제라는 인식이다.

원화의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하고 역외 헤지펀드 등의 포지션에서 원화가 위안화에 자동 연동된 경우가 많지만, 원화가 위안화만을 따라 변동성을 증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외환시장 참가자는 "기준환율을 고시하고 자본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위안화를 원화가 무조건 따라가는 것도 문제"라며 "자본 개방성 측면에서 위안화는 글로벌 통화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데, 위안화에 대한 원화 의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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