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포레스트 검프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전쟁에 같이 나갔던 상사와 새우잡이 배를 사서 계속 허탕을 치다가 큰돈을 벌게 됩니다. 그 뒤 상사에게서 우편이 오는데 영화에서는 그 돈으로 사과를 샀다고 합니다."

그 사과가 바로 애플 주식이다. 영화가 나온 1994년에 애플 주식을 샀다면 300배 넘게 벌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투자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지만, 결국 사람을 사는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라며 포레스트 검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나는 전세계 최고 역량이 없지만, 최고 역량을 가진 경영자를 회사의 주인으로 산다면 잔파동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혁신적으로 한 시대를 이끄는 최고경영자를 신뢰하고, 장기 투자한다면 좀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오 센터장은 내년 증시도 긍정적으로 봤다. 각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이어지면 국내외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크고, 달러 약세도 지속되면 비달러화 통화표시 자산으로 머니무브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4분기에 시들해진 코스피가 내년에 2,500선 위쪽으로 갈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삼성증권은 내다봤다.

오현석 센터장은 홍익대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1995년 동서증권부터 현대증권을 거쳐 2003년부터 삼성증권에 합류했다. 2014년 12월 투자전략센터장을 담당한 후 2018년 12월부터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오현석 리서치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최근의 해외 투자 동향은.

▲시장의 등락에 따라 투자가 좀 더 커지거나, 관망하며 줄어드나 차이는 있지만 이제 국내와 해외를 구분할 이유가 없다. 국내 주식을 매매할 때 보면 시장이 가라앉았다고 해서 완전히 떠나지 않는다. 미국 시장이 고꾸라진다고 해도 한국 투자자들이 모두 발을 빼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앞으로는 미국, 유럽, 중국 등 모두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어디가, 어떤 섹터가 좋으냐에 따라 투자 규모나 선호시장의 차이가 생길 것이다.

-코로나19로 증시 변동성이 컸다. 어떤 점에 주목하는가.

▲핵심을 꼽자면 언택트, 머니무브, 정책이다. 언택트 시대가 달리 보면 디지털 시대인데 코로나19 이전에도 디지털 세상은 있었다.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이벤트로 디지털 시대가 좀 더 가속화된 것이다. 머니무브가 훨씬 임팩트 있었다고 본다. 국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코로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 V자 반등을 이루게 된 부분이라 국내 자금의 머니무브가 주효했던 변수였다. 대한민국도 0%대 금리가 된 게 부동자금의 이동을 촉발한 변수였다. 그중에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자금, 은행예금에 있던 자금,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자금이 들어온 것도 있을 것. 다양한 자금이 들어왔지만, 자산의 선택 대상이 주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랬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충격을 단기간에 극복하는 큰 힘이 됐다.

-동학개미가 힘이 빠졌다.

▲매매주체는 계속 돈다. 대한민국 투자자를 내국인, 외국인으로 나누면 내국인이 주식을 사면, 외국인 팔고, 외국인이 사면 내국인은 사는 것. 매수와 매도가 팽팽히 맞서는데 누가 더 힘이 세냐가 중요하다. 저희가 보기에는 향후 누가 산다 해도 매수 쪽 힘이 셀 것으로 본다. 동학개미가 안 사면 외국인이 살 수 있을 것이다. 호가를 올리면서 사기 시작하면 동학개미 물량은 자연스럽게 차익실현하면서 넘길 수 있다. 수급상 선순환이 이어진다면 나쁘지 않다.

-외국인 투자 여건은.

▲지금은 방향성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 4분기에 주식을 산다는 건 적어도 내년까지 투자 기간을 늘려놓고 보는 건데 내년도 외국인 시각이 중요하다. 내년 외국인 투자 판단의 중요 근거를 보면 일단 달러가 약해지면 아무래도 미국에 들어간 자금이 비달러 통화표시 자산으로 이동할 개연성이 높다. 미국 대선 결과가 아직 오픈되지 않았지만, 여론조사대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면 공화당 정부보다 재정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이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커진다는 점에서 달러 가치가 내년에도 좀 약해질 것이다.

두 번째는 돈을 많이 풀어서 경기 부양하니까 올해보다 내년 미국경제가 나빠지지 않고, 세계 경제도 좋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말은 미국보다는 미국 이외의 시장, 경기가 올해보다 좋으므로 경기 방어주보다 민감주가 좋고, 지금보다 시장 금리가 좀 더 올라간다는 이야기다. 소위 말하는 꿈. 미래이익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던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유리한 환경이 될 것. 내년 한국 시장도 나쁜 환경이 아니다. 외국인 흐름이 내년에 올해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개인 투자 여건도 나쁘지 않은가

▲그렇다.

-내년 코스피 전망은.

▲조만간 공식 발표될 것이다. 내년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은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해보다 경기가 좋아지고, 시장 로테이션이 국내 시장에 나쁘지 않을 것. 내년에는 달러 약세로 글로벌 자금의 머니무브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500선 이상으로 업사이드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주요 핵심 이벤트가 있다면

▲앞으로는 재정정책의 시대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통화정책의 시대였고,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고, 제로 금리까지 떨어졌다. 일부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로 접어들었지만 좋은 인플레이션이 안 나오고 있다. 주요국 재정정책이 얼마나 적극적일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시장만 놓고 보면 경기민감주 움직임이 나올 것이다. 올해는 언택트 관련주였지만 내년에는 전통적인 IT, 자동차, 소재, 산업재 등 민감주들이 시장을 리드하는 흐름이 나와줘야 하므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나올지 집중해서 봐야 할 것이다.

-투자철학이 있다면

▲예전에는 실적 좋은 기업, 시장주도주 사라고 말을 많이 했다. 최근에는 투자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지만 사람을 사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게 좋은 투자다. 나는 전 세계 최고 역량이 없지만, 최고 역량을 가진 경영자를 회사의 주인으로 산다. 1980~1990년대 기업인 중 누가 가장 생산성이 높았냐고 보면 개인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가장 혁신적이고, 생산성 높았던 경영자였다. 이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의 기업을 산다. 기업 경영은 빌 게이츠라는 역량 있는 경영자가 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려주는 것이다. 2000년대는 스티브 잡스라고 보면 애플이 주식을 사는데 실적도 중요하지만, 경영자의 능력을 보고 주식을 사는 것이다. 그게 잔파동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법이다. 이 사람의 역량을 신뢰한다면 장기 투자하게 된다. 지금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혁신적이다. 전세계 최고 경영자로 검증된 사람이니 아마존 주식을 사면 전세계에서 똑똑한 사람을 경영자로 앉혀서 미래 기업가치를 키우는 셈이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를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리서치센터 중에서도 큰 하우스로 글로벌, 디지털, 콜라보의 세 가지 아젠다를 갖고 노력하고 있다. 타사 리서치보다 펀더멘털 분석에 집중하고 있는 점이 강점. 단기적 등락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시장 가치가 본질 가치에 수렴한다고 본다. 협업에도 강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리서치센터는 애널리스트 개인기에 의존한다고 보는데 저희는 매크로 섹터,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한다. 마지막으로는 자산과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주식에서도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국가별 시장을 확대해왔고, 채권도 선진국에서 이머징 마켓까지 확대했다. 지금은 ESG 관련 리서치를 준비하고 있다. 또 상장기업뿐 아니라 비상장기업도 보려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H6EgBt_fU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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