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고열에서도 매끄러운 표면을 유지하는 프라이팬의 테플론처럼 금융위기에서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각종 역경을 극복해 온 한국이 이제 본격적으로 삼성공화국이라는 별명을 떼고 대기업·수출중심 경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외국 칼럼니스트의 조언이 나왔다.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29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에 기고한 '테플론 코리아, 덜 다친 채로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삼성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고칠 때다. 테플론 코리아는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테플론은 프라이팬 코팅에 쓰이는 내열성·내마찰성이 뛰어난 소재다.

페섹이 테플론 코리아라는 명칭을 제안한 것은 과거부터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온 한국의 역사 때문이다.

그는 리먼 쇼크가 최악이던 2008년, 한국은 상위권 경제국 중 베어스턴스로 분류됐다고 표현했다. 베어스턴스는 리먼 사태 때 부도가 난 투자은행이다.

한국에 파멸이 임박했다는 생각은 신흥시장에서 긴축발작이 나타난 2013년에도 나타났고, 세계 경제성장이 코로나로 망가진 올해에도 나타났다고 페섹은 설명했다.

페색은 하지만 "한국이 3분기 재반등으로 역경과 비관론자들을 또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올해 3분기에 기록한 1.9%의 경제성장률은 팬데믹을 이겨내야지만 경제가 반등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정말 어려운 부분이 이제야 시작됐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평가했다.

페섹은 그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벗어나고 있는 한국이 '삼성 공화국'이라는 이름에서 영원히 벗어나고, 수년간 미뤄온 과감한 구조적 변화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과 몇몇 가족 소유 재벌이 성장동력을 다변화하고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는 혁신을 앞당길 스타트업을 억누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두 명의 대통령처럼 경제 재편에 관해 이야기해왔지만, 그 시행은 지지부진했다면서 위기를 절대 낭비하지 않는 밀턴 프리드먼의 정신으로 다음 대선 전까지 남은 496일을 풀어나가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삼성은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주주와 근로자, 더 넓은 경제적 후생 대신 지배권을 우선시하는 한국 재벌에 대한 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시각이다.

페섹은 문재인 대통령 전임자들은 기득권에 도전하는 것을 피했지만,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과 경제성장 회복이 경제성장 조합을 재조정할 새로운 정치적 자본으로 문 대통령을 무장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팬데믹 대응에 대해서는 한국은 글로벌 수요가 더 줄어들면 다시 경기부양에 나설 재정 여력을 가지고 있으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가장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도 언제든 양적완화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봤다.

페섹은 "역경 극복이 한국의 브랜드가 됐다"며 코로나를 거의 잡았고 경제성장이 안정화되고 있는 데다 한국 최대 재벌 그룹이 변화할 지금, 문 대통령은 비관론자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할 기회에 다가섰다고 마무리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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