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화학이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과 국민연금의 반대를 뚫고 전지사업본부 분사에 성공했다.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과 소통 부재 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주당 1만원 배당 약속과 이례적으로 빠른 실적 발표,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 등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30일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LG화학 전지사업부 분할안이 원안 승인됐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전지사업부를 물적 분할해서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따랐다.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 분할과 같은 회사 분할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총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LG화학 주식은 ㈜LG와 특수관계인이 34.17%를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가 약 40%, 국내 기관 투자자 및 개인이 약 16%를 가지고 있다.

㈜LG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이런 우려를 더욱 부추겼다.

개인 투자자들은 LG화학의 분사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17일부터 전일까지 27거래일간 LG화학 주식 144만9천93주를 순매도했다.

이들은 특히 물적 분할이라는 분사 방식에 반감을 표했다.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인적 분할하면 배터리 신설 법인의 주식을 같은 비율로 받을 수 있는데, 물적 분할할 경우 원래대로 LG화학 주식만 보유하게 된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성장을 기대하고 LG화학 주식을 산 것인데, 석유화학 부문에 주로 투자하게 된 셈이라며 반발했다.

LG화학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이 LG화학 기업가치에 반영될 것이라며 주주들을 달랬지만, 자회사의 성장세가 모회사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한국 증시의 현실을 도외시한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LG가 LG화학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적 분할이 아닌 물적 분할을 택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0.06%인 ㈜LG의 LG화학 지분은 인적 분할 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하면 더욱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물적 분할하면 LG화학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인적 분할보다는 물적 분할이 ㈜LG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도 같은 이유로 분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LG화학 지분 10.28%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은 "분할 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물적분할로 지분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 등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물적분할 이후 LG가 독립법인을 기업공개(IPO)하면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며 소액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강한 반발에 부딪힌 LG화학은 발 빠르게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먼저 지난 14일 올해부터 3년간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 현금배당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1일에는 이례적으로 잠정 실적을 내면서 올해 3분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과 매출액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전지 부문이 지난 2분기 최초로 흑자를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인 투자자들과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이번 분사안이 주총을 통과한 데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LG화학의 분사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17일부터 전일까지 27거래일간 208만7천256주를 순매수하며 분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율은 35.83%에서 39.45%로 올랐다.

기관 투자자들 역시 의결권 자문기관 상당수가 분사에 찬성을 권고한 것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자 문사들은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 분할에 대한 찬성을 권고했다.

다만 배터리 분사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주주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으면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된 점은 LG화학으로서는 아픈 부분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정도의 논란에 대해 기업 측에서 예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의사 결정 자체의 가치평가보다는 기업의 주요 결정 이전 주주와의 소통 부재가 매우 아쉬움으로 남는 상황"이라고 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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