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대형 불확실성 재료인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서울 채권시장의 관망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복잡한 미국 선거제도의 특성상 결과 예측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과를 맞혀도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포지션을 잡기 어렵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토로했다.

30일 노무라증권과 선거전문매체 '538'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확률은 89% 수준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대통령과 상·하원 모두 휩쓰는 블루웨이브 가능성만 74%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가능성은 10% 초반에 불과하다.

여론조사는 바이든 당선으로 기울었지만, 서울 채권시장은 결과를 양방향으로 열어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지 못하고 있다.

예상대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채권시장이 어느 방향을 향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 시 확대 재정정책에 시장 금리 상승 관측이 우세하지만, 이와 반대로 금리가 급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민주당이 이긴다 한들 트럼프 대통령이 3개월간 불복하면 확대 재정정책에 금리가 오르기는커녕 제로금리까지 갈 수도 있다"며 "금리 상방뿐만 아니라 하방도 크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에 승복하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해 부양책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부양책 지연에 따른 경기 우려가 커져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예상하는 시장 참가자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B 시중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미국은 위기 상황 시 지도자에게 힘을 밀어주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인종차별 시위 격화도 백인들의 표가 트럼프에게 쏠리도록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금리 방향은 예측이 어렵다.

트럼프 당선에도 시장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가 등 위험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채권시장에 약세 압력을 가할 수 있어서다. 지난 2016년처럼 트럼플레이션(트럼프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 기대가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방향을 종잡을 수 없자, 아예 포지션을 비워두는 국내 기관도 늘고 있다.

C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대부분 국내 기관들은 포지션을 비우고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해외 강세 재료에도 국내 시장이 좀처럼 강해지지 못하는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A 딜러는 "북을 다 비우고 휴가 가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그러지 못하겠지만 관망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전혀 모르는 재료라 벤치마크지수와 트레킹 에러(추적오차)를 줄일 뿐, 따로 대응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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