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의 외화유동성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불복의사를 밝힌 가운데 최종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한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시중은행의 평균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100%를 웃돈다. 이는 만기 3개월 이내인 외화자산을 외화부채보다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개별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49.4%로 가장 높다. 이어 기업은행(127.8%), 신한은행(108.2%), 농협은행(105.5%), 우리은행(103.9%) 순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국민은행은 월별 LCR을 공개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은행의 복원력이 하락하며 다른 은행보다 하락 추세가 뚜렷해진 데 따른 내부 방침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평균 외화 여유자금 비율도 210~280%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이는 외화 여유자금을 3개월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차입금으로 나눈 값으로 당국에선 최소 50% 이상을 유지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은행이 어려움에 부닥친 가계와 기업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동성 규제방안을 연장했다.

이에 따라 외화 LCR 비율은 내년 3월까지 70% 이상으로만 관리하면 된다. 원화를 포함한 통합 LCR 규제비율은 85%다.

다만 은행들은 한시적인 규제 완화인 만큼 되도록 기존의 규제 비율을 유지하는데 신경 쓰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운용부장은 "당국이 LCR 규제를 완화해 도움을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유예된 규제이고 제재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인 만큼 기존 규제비율에 미달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며 "과거에도 그랬듯이 트럼프 불복으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이 한 달 이상 지속할 수 있어 외화 유동성을 보수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연초부터 외화유동성 확보에 힘써왔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어려움에 처한 가계와 기업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르기 위해선 LCR을 여유 있게 관리하는 게 급선무였다.

금융당국의 외화유동성 점검도 수시로 이뤄졌다.

지난 3월 이후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외화유동성을 일단위로 점검 중이다. 코로나19가 다소 완화된 현재도 일일 동향 모니터링 체제는 유지되고 있다.

사실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관리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는 게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은행의 외화유동성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CDS 프리미엄, 달러지수, 환율 등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이와 연계한 외화자금 이탈 추이 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은행 등 기관의 외화유동성은 나쁘지 않지만, 일시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좀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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