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출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뿐만 아니라 환차손까지 겪게 됐기 때문이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1,113.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월 31일 종가 1,112.70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수출 흐름을 보이던 기업체들은 원화 강세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악화하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1% 하락하면 총수출은 0.51% 감소한다.

지난 9월 1,180원대를 상회하던 달러-원 환율은 약 두 달 동안 6% 이상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연초 세워둔 사업 계획서상 환율 전망치에서 환율이 크게 괴리되면서 수출기업들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환차손까지 떠안을 위기에 내몰렸다.

국내 기업체들은 사업계획서상 올해 환율 평균 전망치를 1,20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수립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당초 전망치에서 거의 100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실적 달성은 물론 환 손실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 수출업체 재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한 데 더불어 급격한 환율 변동까지 나타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내년도 사업계획서상 목표 환율은 1,100원대 초반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언제 출회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달러-원 환율이 연말에 1,100원대, 혹은 그 이하로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몰리면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어서다.

환율의 추세적 하락을 전망한 수출업체들이 현 레벨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달러를 대거 매도할 경우 달러-원 환율이 크게 레벨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올해 들어서 수출업체들이 네고 물량이 많이는 나오지 않는 분위기다"며 "환율이 연초 수준보다 크게 낮아서 업체들도 일정대로 달러를 팔아야 할 텐데, 아직 미뤄두고 있는 물량이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수출업체들의 롱 포지션과 '래깅(지연)' 네고 물량이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환율 하락 전망 속 해당 매도 물량이 나올 경우 환율을 큰 폭으로 갭다운 시키는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도 "아직 네고 물량이 수급상 큰 우위를 나타내는 상황은 아니다"며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결제 수요도 래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환율 하락에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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