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원화의 급속한 강세로 외환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가 강화됐지만, 달러-원은 더 빠르게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그 이유에 서울 외환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서울 환시 참가자들은 12일 미국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 해소 후 원화 강세 재료들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투자 심리도 달러 매도에 쏠리면서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진단했다.

당국이 가파른 달러-원 하락세를 경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0월 14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환율 변동성을 지적하며 위안화 강세의 영향이지만, 원화 강세가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같은 달 2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환율이 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소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후 27일 김 차관이 시장 심리만으로 움직이는 환율을 지적했다.

미 대선 이후에도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은 이어졌다.

이달 4일 홍 부총리와 5일 김 차관은 최근 환율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며 미 대선 리스크가 미치는 변동성 확대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환율이 과도하게 쏠린다면 안정화 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약 한 달여 간 정부의 구두 개입성 발언이 이어졌지만, 달러-원 환율은 이달에만 1,135.10원에서 전일 1,110.00원으로 8거래일 만에 25원 이상 떨어졌다.

달러-원 환율이 낮아질수록 시장에서 당국 개입 경계감은 커졌지만, 경계만으로는 매도로 돌아선 심리를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환시 참가자들은 그동안 달러-원을 끌어내린 요인이 많았고, 이들 재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매도 심리가 우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조 바이든 대선 승리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 ▲그로 인한 달러 약세 전망과 위안화 강세 진행 ▲역외 숏 포지션과 급해진 수출기업의 네고물량 ▲변동성 거래에 늘어난 마(MAR) 플레이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A 은행의 외환 딜러는 "최근 미 대선 이후 시장 흐름은 파도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빅피겨를 앞두고 쉽게 내려가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달러 약세를 선반영하던 위안화 강세도 주춤했고 달러-원도 1,100원을 앞두고 심리적인 저항이 크다"며 "당국도 최근 위험선호 분위기를 거스르며 달러-원 하락세를 막기는 어려웠을 텐데 1,100원 아래에서는 상황이 다르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을 두고 두 가지 평가가 엇갈렸다.

그나마 당국이 미세조정을 해서 환율 하락 속도를 늦췄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당국이 확실한 스탠스를 보여주지 못해 원화가 위안화보다 더 강세를 보이는 등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평가 등이다.

B 은행의 외환 딜러는 "환율이 하락하는 방향 자체가 틀린 게 아니라 속도에 대한 문제라면 당국이 강하게 입장을 보여줄 필요는 없을 듯하다"며 "무작정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어느 정도 수준에서 입장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C 은행의 외환 딜러는 "달러-원이 이렇게 하락하게 두려면 지난 3월 1,296원까지 오르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며 "아니면 위안화를 따라 원화가 강세로 가기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들어왔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환율조작국 문제로 당국의 매수개입이 편치 않은 가운데 시장에서도 위험선호 분위기가 이어진 점은 부담이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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