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산업은행이 국내 1,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쳐 매머드급 대형항공사(FSC)로 재탄생시키는 방향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산업이 통째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산은이 직접 초대형 인수·합병(M&A) 딜을 주선해 항공업 재편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12일 정부와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직후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검토해 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정부 부처와 함께 한진그룹과 접촉하며 빅딜 시나리오를 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2조5천억원에 아시아나를 인수하기로 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하는 등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인수 무산을 공식화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패 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2조4천억원을 추가 투입하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도 경영난으로 지난 4월 채권단으로부터 1조2천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이 대가로 기내식 사업 매각과 1조 유상증자 등 2조원 규모의 경영 자구안을 실행 중이다.

산은은 코로나19로 항공업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어려움에 부닥치면서 결국 항공업 구조조정은 동종업종끼리만 가능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산업의 효율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시기라는 데 정부 부처와 의견을 모았다.

산은은 프랑스 국적항공사인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등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이 대형 M&A를 거쳐 세계 최대 항공사로 거듭난 것처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M&A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취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 정상화가 빨라야 내년 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보릿고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항공업 구조 개편을 위한 바랑의 전환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올 9월말 기준 대한항공의 항공기 보유수는 160대, 아시아나항공은 80대로 에어프랑스 225대, 루프트한자 282대보다 현저히 적고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작은 터키의 터키항공(306개)보다도 작은 규모다.

규모가 작은 항공사 두 개를 보유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가 되고, 둘을 합칠 경우 세계적 항공사와도 규모 면에서 겨뤄볼 만한 파워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수송객 점유율 기준으로 국내선의 경우 대한항공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가항공사(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62.5%에 달한다.

이 경우 독과점 이슈가 발생하지만, 산은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각자 회사 체제를 이어가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노선 정리 등 작업을 하면 수송객점유율은 5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LCC, 외항사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장거리 노선 독점이라고 해봐야 전체 수요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은은 이번 3자 배정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3자 연합(46.71%), 조원태 회장 측(41.3%)에 이어 한진칼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돼 두 항공사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효율적으로 자금 지원도 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두 항공사의 결합이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한 사례처럼 위기의 두 항공사가 윈윈할 수 있는 빅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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