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채권단이 향후 '빅딜' 성사 이후 양사의 미주와 유럽 노선에 대한 대대적인 통폐합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하늘길이 막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중복 노선을 대거 정리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대거 낮추고, 향후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한 준비를 서두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EY한영과 베인앤드컴퍼니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컨설팅을 진행했고, 최근 노선 구조조정 방안 등을 포함한 최종 보고서를 수령했다.

채권단은 컨설팅 보고서를 바탕으로 양사가 운영중인 '알짜' 미주와 유럽노선을 중심으로 정리 및 통폐합 방안을 논의·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주 14개, 유럽 15개 등 29개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5개, 유럽 6개 등 11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미주·유럽 노선은 1~2곳을 제외하고 대한항공과 모두 겹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5년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후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러시아와 인도, 중국 등 노선을 일부 정리했지만 여전히 비수익 장거리 노선에서 막대한 운영비가 지출되고 있다.

양사 간 빅딜 이후 각 사가 중복 노선을 유지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중복 비용이 발생하기에 노선 구조조정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 노선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채권단이 정리 및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사의 빅딜이 독과점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데 중복 노선을 정리 또는 통폐합하면 그러한 논란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두 항공사를 한 바구니에 담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코로나19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고, 항공업의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지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천억원을 이미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천400억원을 추가로 수혈받았다.

대한항공도 지난 4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천억원을 지원받았고, 현재 채권은행과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절차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관과 주채권은행 자격으로 이동걸 산은 회장이 참석한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도 이날 오전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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