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증권사의 마(MAR, 시장평균환율) 거래가 원화 강세 요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은 책임 소재를 증권사에서만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증권사 딜링룸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6일 마 시장에서 달러를 받아 현물환시장에서 파는 증권사보다는 당초 마 시장에서 달러를 파는 실수요를 매도 주체로 봐야 한다며 증권사 마 거래가 시장을 강하게 끌어내리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마 거래는 마 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현물환시장에서 이를 되파는 구조로 포지션은 '매도'가 아니라 '스퀘어'가 된다.

현물환 시장만 본다면 증권사가 달러를 파는 것 같지만, 결국 달러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쪽은 마 시장에서 달러를 파는 수출업체 등 실수요인 셈이다.

마 시장에서 증권사가 달러를 사지 않는다면 수출업체는 마이너스(-) 5전이 아니라 이보다 더 싼 -10전에 물량을 내놓거나 현물환시장에서 매도 물량을 낼 수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증권사가 하루 중 커버해야 하는 포지션으로 장중 환율을 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A 증권사 딜러는 "증권사가 오늘 중 커버해야 하는 포지션으로 환율을 밀고 올리는 건 불가능하며 시장을 무겁게 하는 건 실수요"라며 "또한, 마에 비드할 플로우가 없는데 증권사가 물량을 안 받아 주면 수출업체는 더 낮은 가격에 달러를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은행 딜러도 "증권사의 마 플레이가 하락 트렌드를 강화하는 경향은 있지만, 증권사로 인해 환율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증권사는 -5전에 받아 장중에 파는데 어차피 픽싱이거나 업체가 -5전에 파는 물량을 받는 거라 순(net)으로 풀리는 매도 물량은 같다"며 "그렇게 본다면 결국 달러를 파는 주체는 증권사가 아니라 업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ELS 마진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시장 변동성이 있을 때마다 증권사에서 원인을 찾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증권사의 시장 조성 등 기여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C 은행 딜러는 "유동성 공급으로서의 마도 있는데 일방적으로 마 거래로 환율이 내린다고 하기 어렵다"며 "증권사 마는 물량이 많지도 않아 증권사를 탓하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마 플레이가 시장 호가를 촘촘히 하는 역할이 있어 순기능이 더 많다"며 "외은과 라인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노력도 있는 듯한데 나쁘게만 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D 증권사 딜러는 "마 거래로 마 시장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시장을 조성한다"며 "선물시장에서도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차익거래를 하기 때문에 선물시장이 왜곡되지 않고 정상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가 외환시장에 진입한 지도 10여 년이 됐다.

그러나 그동안 은행 중심의 기존 외환시장에서 증권사가 성장하기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다.

최근 5년간 증권사의 거래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는 등 외환시장에서의 역할이 커졌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위상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 증권사 딜러는 "증권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오히려 외환시장의 거래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 수 있다"며 "증권사의 호가 조성에 대한 지적 전에 은행과 증권이 적극적으로 호가 조성에 나설 수 있게 채권 전문딜러(PD)와 같은 인센티브 제공 등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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