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초대형 국적 대형항공사(FSC)의 등장으로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는 3자 주주연합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적잖은 걸림돌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1조8천억원으로, 내년 초 2조5천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한다.

산업은행은 유상증자로 5천억원, 교환사채로 3천억원 가량을 한진칼에 투입하며, 한진칼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이후에는 계약금이 납입되고, 기업결합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하면 공정위는 심사 절차에 착수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시장에서 독과점 사업자가 탄생해 시장 교란 등 폐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하면 M&A 자체를 승인하지 않는다.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에서 경쟁 제한 등을 이유로 합병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며,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가항공사(LCC) 점유율까지 합치면 합병 시 이들의 점유율은 62.5%에 달한다.

산은은 외항사 및 LCC와의 경쟁 등으로 급격한 운임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소비자 편익이 저해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하지 않으면 회생 불가능한 회사의 경우 시장 경쟁을 제한하더라도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을 허용해, 한진칼과 산은이 이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공정위는 같은 논리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했고, 1999년에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허용한 바 있다.

산은은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매우 어렵고, 제3자 매각도 불투명해 코로나19로 존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동종업계인 대한항공이 자발적으로 인수하는 것은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발전의 기회가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 공정위의 산을 넘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이 있는 외국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두 회사의 합병 자체가 무산된다.

한진그룹과 산은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 해외 정부의 승인 절차가 완료되는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했다.

공정위 외에도 한진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노조도 합병 과정에서 설득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중복 노선 통폐합과 시설 공유,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인력 감축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단체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노동자의 의견을 배제한 M&A에 반대하며, 중복인력 발생으로 인한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한진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산은은 고용유지 원칙하에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노조 설득에 나서고 있다.

한진칼 지분을 현재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3자연합의 반대도 M&A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자 연합은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 공개매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분 격차를 바탕으로 올해 임시 주총 등을 준비하면서 또다시 한진그룹과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을 모색하고 있었다.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 41.3%와 비교해 5%포인트(p) 이상 앞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산은이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면서 한진칼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어려워지게 됐다.

이에 KCGI는 산은의 한진칼 지원을 통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은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다고 지적했다.

KCGI는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 기업 한진칼에 산은이 유상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한진그룹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뜻을 밝혔다.

반면 산은은 이번 유상증자가 정부의 산업정책에 따라 경영정상화와 항공산업의 개편을 추진하기 위함이며, 일방적으로 우호적 경영행사를 하지 않고 경영성과가 없으면 조 회장도 퇴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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