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국내 항 공업계 최대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는 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국내 1, 2위 항공사 통합을 추진하는 데 적잖은 조언을 했고, 정부 와 한진그룹 간 딜을 추진하는 데도 조율 작업을 도왔다는 후문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한진칼 이사회 의장을 맡으 며 국내 항공산업 재편을 구상해 왔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향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두고 정부 와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였다.

김 전 위원장은 단순히 아시아나항공 주인 찾기로만 문제를 바라볼 게 아니라 항공 산업 자체를 재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종 전체가 고사 직전에 놓인 상황에서 대형항공사(FSC) 2개와 7개 저비용항공사(LCC)가 난립하고 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지난 9월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자 근본적인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졌다.

김 전 위원장이 한진칼 이사회 의장으로서 자신의 구상을 정부 당국에 전하고, 빅 딜의 밑그림이 그려나가는 데 숨은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한진칼 사외이사 후보로 지명될 때부터 한진칼 지배구조를 개선을 위해 칼을 휘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융실명제와 외환위기, 기업 구조조정, 저축은행 사태 등 한국 경제의 굵직한 사 건이 있을 때마다 김 전 위원장이 '대책반장'으로 나섰다.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당시 관치논란이 불거지자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 한다'며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일화는 유명하다.

한진그룹이 경영권 다툼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위기를 헤쳐나 갈 묘수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당연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진칼 이사회 의장을 맡은 이후 지난 반년간 말을 아꼈다. 예상과 달리 어떤 행동에도 나서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두 회사를 하나로 합쳐 항공시장을 재편하려는 정부 측 구상과 아시아나 매각이 급한 산은의 생각이 맞아떨어지게 이어주는 데에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있다.

빅딜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금융당국이 막판까지 고민에 고민을 할 때도 김 전 위원 장이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없었다면 정부와 산은, 한진그룹이 이번 빅딜을 위해 마음을 모으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진칼 사외이사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김 전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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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6시 2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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