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내년 상반기 리스타킹(re-stocking) 사이클에 주목해야 한다. 생산과 소비의 격차가 유례없이 벌어진 상태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상반기 생산 회복으로 중간재들에 대한 투자가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유 센터장은 올해 증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화'를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라는 '복'으로 극복한 전화위복의 한 해라고 정리했다.









특히 정부의 부양책으로 빠르게 회복된 소비와 달리 낮은 공장 가동률 등으로 생산이 뒤처진 데 따라 재고 보충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에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하반기엔 올해 강조됐던 성장주인 빅(BIG), 즉 바이오, IT, 그린 업종이 재차 유망해질 것으로 봤다.

유 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산업 지형 속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도 주목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영향도 있고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 당선, 유럽 쪽의 ESG 가치 강조 등 1∼2년 사이에 ESG에 대한 논의가 시속 100킬로로 빨라졌다"며 "에너지 측면에서 봤을 때 1차적인 가장 큰 변화를 석탄이 가져왔다면 2차적으로 석유, 이제 3차 에너지 혁명으로서 '그린'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내년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에 배당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내년과 후년에 금리가 오른다고 봐도 많이 올라봐야 10∼20bp 정도일 것"이라며 "배당 투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 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운용 본부장을 거쳤다. 2011년부터 KB증권 리서치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해 올해 1월부터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유승창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올해 증시 어땠나.

▲올해 증시 그 어느 때보다도 다이내믹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전화위복'이다. 연초에 코스피 2,200포인트 넘어서면서 양호한 흐름 보이다가 코로나19 이후 1,400포인트까지 하회하는 급락장을 경험했다. 그 이후 생각보다 빨리 미국을 중심으로 대부분 나라가 대규모 부양정책을 펴면서 금융 시장은 빨리 회복했다. 여전히 실물 경제는 부담이 남아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적응을 많이 했다. 얼마 전 화이자에서 나올 백신 소식도 전해졌다. 올해 시장은 코로나19가 '화'였다고 보면 정부의 정책 대응이 '복'이었다고 본다.



-KB증권 보고서들이 내년 증시 낙관론과 변화된 산업 지형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 중심의 주식 시장 상승기였다면 내년엔 신흥국 중 제조업 기반이 강한 대만, 중국, 한국 쪽이 주목할만한 시장이라 본다.

내년 시장과 산업 지형 트렌드를 'BIG'이라고 선정했다. 바이오, IT, 그린 이렇게 세 가지다. 바이오 부분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기존에도 성장 산업이었으나,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성장성이 더 높아졌다. IT 경우에도 4차 산업혁명 등 큰 산업 변화 속에 인프라 역할을 해왔다. 마지막으로 그린이다. 금융시장에서 느낀 바로는 ESG 개념은 10년 전부터 있었다. 그간 시속 20킬로 정도로 계속 확산하는 과정이었는데 코로나19 영향도 있고 유럽 쪽에서도 ESG에 대한 얘기가 강조되고 있다. 또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 후 ESG에 대한 논의가 시속 100킬로로 빨라졌다. 에너지 측면에서 봤을 때 1차적인 가장 큰 변화를 석탄이 가져왔다면 2차적으로 석유, 이제 3차 에너지 혁명으로서 '그린'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미 대선 이후 2차 전지, 신재생 에너지 등 종목이 강세를 나타냈는데 향후 변동성 여지는.

▲현재 불확실성이라면 내년 1월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장악할 경우 그간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주가가 상승했던 빅테크 종목은 규제 리스크에 노출이 된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민주당 주도의 경기 부양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굉장히 빠르게 이를 반영하면서 전고점을 넘어서는 상황이 왔다.

리스크는 두 가지다. 미국에서의 정권 이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간 예상했던 긍정적 효과가 지연될 가능성과 그 와중에 시장이 너무 빨리 긍정적인 면만 반영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시장은 민주당과 공화당 두 정당이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면만 반영하고 정책상 상대적으로 수혜를 덜 보는 업종에 대해선 주목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이슈다.

-국내적으론 올해 동학 개미 운동이 가장 큰 화두였으나 연말로 갈수록 수급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기관의 수급이 개선되기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고 올해 시장을 이끈 건 동학 개미들이다. 하지만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많이 사고 있어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간 지수가 낮을 때 개인이 사고 높아졌을 때 외국인이 매수를 시작했다. 외국인이 사는 가장 큰 이유는 달러 약세에 대한 기대다.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집권 후 경기 부양에 집중할 것이고 외국인 입장에선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건 한국 펀더멘털도 좋지만 환차익도 보고 들어온다.

상승 업종 중 눈에 띄는 건 은행업종이다. 은산분리법 영향으로 대표적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60∼70%로 높다. 달러 약세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돼 일정 부분 되돌림이 있을 순 있겠지만 내년까지 트렌드는 달러 약세다. 외국인 수급도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것으로 본다.

-내년 코스피 밴드 얼마로 보나.

▲코스피의 경우 2,750포인트까지 상단으로 보고 있다. 지금 지수 대비로 보면 10% 정도 상승 여력 더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내년 주목할 업종은.

▲상반기 투자 아이디어 중 가장 유효하다고 보는 건 리스타킹(re-stocking) 사이클이다. 생산과 소비의 격차가 유례없이 벌어진 상태다. 여러 정부가 경기부양책 통해 소비 쪽은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상황인데 그에 반대 생산, 즉 공장 가동률은 낮은 수준이다. 유럽이나 한국, 중국의 가동률 상승으로 중간재들에 대한 투자가 유망하다 본다. 대표적인 게 화학 업종이다. 또 금리 상승 수혜주로 볼 수 있는 은행주, 즉 금융주도 좋게 본다. 리스타킹 사이클 대표적 수혜주인 IT 부품주도 주목하고 있다. 화학, IT부품, 금융 세 업종 상반기 유망업종으로 선정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로 가면 BIG, 즉 바이오, IT, 그린과 관련된 2차 전지라든지 친환경주와 IT 소비재 쪽이 더 유망하지 않을까 본다.

한편으론 내년에 금리가 올라가니까 배당 투자 매력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과거를 보면 2016∼2018년 1분기까지 금리 상승 사이클로 2년간 150bp 가까이 올랐다. 이후 2018년 2분기부터 지금까지 금리가 하락해 매년 50bp 이상씩 금리가 내렸다. 내년과 후년에 금리가 오른다고 봐도 많이 올라봐야 10∼20bp 정도 오른다고 보기 때문에 배당 투자도 여전히 유효하다.

-끝으로 시장참가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간 개인 투자 열풍이 몇 번 있었지만 그때와 지금과 느낌은 다르다. 한 때는 묻지마 투자도 많았다. 이번 '동학 개미'로 일컬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은 스마트하다. 실제 여러 매체나 SNS, 동영상을 통해 공부도 많이 한다. KB증권에서도 자체적인 리서치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고 방송도 하지만 조회 수라든지 참여도가 굉장히 높다. 이번 동학개미 열풍은 쉽게 물거품처럼 사라지진 않을 거 같다.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트레이딩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굉장히 참기 힘든 유혹이다. 10% 정도 수익 났다가 마이너스(-) 5%씩 가면 팔았어야 한다며 불안해할 수 있다. 사실 그렇게 정확히 매매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보셔야 한다. 내년에는 정말 코로나19가 잘 극복돼 실물경제도 활력 찾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KB증권 리서치 센터 소개.

▲현재 4개 부서에 8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SA(Supervisory Analyst)', 즉 슈퍼바이저리 애널리스트로 자료 발간 전에 검수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오탈자부터 논리가 서로 맞는지, 탑다운 뷰와 각 섹터 애널리스트의 뷰가 맞는지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또 컴플라이언스 체크까지 하는 팀을 업계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심의위원회에선 센터장과 각 팀장이 심의위원이 돼 투자 의견을 변경하거나 일정 폭 이상의 목표주가, 이익 예상 추정치를 바꿀 때 심의와 검증을 거친 후 자료가 발간된다.







[유튜브방송 : https://youtu.be/MohLFBbU52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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