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거주자외화예금이 9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 것을 두고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외화예금 증가기업의 해외채권 발행과 상환 예정 자금의 일시 예치가 늘어난 점이 주요인인 만큼 달러 매도 가수요가 대폭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10월 중 기업의 달러 매도가 많았음에도 달러가 쌓였기 때문에 잠재적인 달러-원 하락 요인이 될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은 내다봤다.

18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20년 10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전월 말 대비 78억7천만 달러 늘어난 933억2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기업 예금이 72억 달러 늘었고 개인 예금은 6억7천만 달러 증가하면서 외화예금 증가의 대부분이 기업 부문에서 늘어났다.

통화별로는 달러화 예금이 68억5천만 달러 늘어나면서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은은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과 상환 예정 자금 예치, 해외투자 자금 등이 거주자외화예금에 머물면서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이후 민간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연합인포맥스 해외채권(KP) 일자별 발행정보(화면번호 4241)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이 발행한 해외채권 중 달러채 발행 잔액은 37억 달러다.

달러채 발행액이 모두 국내 외화예금 형태로 예치되지는 않지만 달러 예금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하이닉스가 지난달 20일 인텔 낸드 부문을 9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도 외화예금 증가로 연결됐을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은 추정했다.

하이닉스가 대규모 자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관련 자금을 달러로 보유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10월 중 기업의 달러 매도가 달러-원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음에도 거주자외화예금이 상당히 늘었다는 점은 향후 달러 매도 심리를 강화하는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달러-원이 더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달러채 발행 자금과 하이닉스 인수 달러 대금 등을 제외하더라도 외환시장으로 나올 수 있는 달러가 꽤 쌓였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환율이 더 하락한다고 예상하면 언제든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환율이 더 안 빠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달러를 쌓은 것이라면, 최근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춘 완충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외환시장 참가자는 "10월 중 수출이 좋았기 때문에 업체 자금이 래깅됐을 수도 있지만, 결제 수요로 쌓아둔 부분도 있다"며 "외화예금 증가분을 다 잠재 매도 수요로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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