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주요 공제회가 해외채권 부문의 별도운용계정(SMA)에 주목하면서 그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연기금은 지난 몇 년 사이 해외 주식과 멀티에셋 등 여러 자산군에 SMA 방식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해외채권 부문에 별도로 SMA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자산운용 업계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이달 초 해외채권에 SMA 방식으로 투자하는 국내 위탁운용사 4곳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교공이 해외채권 부문에서 SMA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공제회 중 자산 규모가 최대인 교공은 해외채권 운용자산(AUM)만 2조9천억원에 이른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해외채권 재간접형 투자를 위해 SMA 국내 위탁운용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을 선정한 바 있다. 출자액은 3억5천만달러다.

행정공제회는 같은 달 해외채권 SMA 위탁 운용을 위해 해외 운용사 선정 작업에도 들어갔다. 투자금액은 마찬가지로 3억5천만달러다.

SMA는 투자자가 운용사와 일임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일반 블라인드 펀드와 달리 투자자 요구사항이 반영된 단독 맞춤형 펀드를 설정해 사전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용한다. 다만 맞춤형인 만큼 충분한 자금이 설정돼야 계정을 개설할 수 있어 통상 1억 달러 이상의 출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공제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SMA 위탁 운용을 활용해왔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지난 2018년 초 멀티에셋 SMA 해외 위탁운용사에 1억2천만달러를 출자하며 주요 연기금 중 처음으로 멀티에셋 SMA에 투자했다.

교공도 지난해 12월 글로벌 멀티에셋 부문에서 SMA 형식으로 운용사를 선정했으며 행공은 2017년부터 선구적으로 다양한 자산에 SMA 운용을 도입해왔다.

이들이 올해 들어선 해외채권 SMA에 주목한 것은 전 세계적 초저금리 기조에서 해외채권으로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공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채권 중 주요 투자대상이었던 구조화채권의 발행금리는 우리가 요구하는 최저 수익률을 상회했으나 전 세계적 초저금리 기조로 적정 금리 이상의 구조화채권에 신규로 투자하는 게 어려워졌다"며 "우리 투자 목표에 부합하는 해외채권에 신규 투자하려면 유수의 해외 채권운용사를 활용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SMA가 특히 인기를 얻는 이유는 가능한 한 투자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외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출자자가 원하는 목표금리와 리스크, 담보물, 구조 등을 최대한 고려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교공은 "해외채권은 국내 채권시장보다 아무래도 정보 접근성 등에 한계가 있어 업력이 오래된 해외 운용사의 펀드를 활용해왔다"면서도 "일반 편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일종의 기성 상품이다 보니 각 기관 고유의 투자목표에 부합하는 맞춤형 투자가 어려워 많은 기관이 SMA에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국채와 신용도가 높은 글로벌 기업의 회사채는 이미 1% 안팎의 초저금리만 주기 때문에 조달금리를 맞춰야 하는 공제회로선 구조화채권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글로벌 크레딧펀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연기금도 앞다퉈 출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크레딧펀드는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 직접 대출하거나 메자닌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대출(PD) 역할도 수행하는 한편 회사채를 비롯해 대출담보부증권(CLO),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CMBS) 등 구조화채권에도 투자한다.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도 "적절한 해외채권을 찾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들고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투자하는 해외 국채와 회사채는 기대 수익이 미미하기 때문에 맞춤형 SMA로 위탁 투자하려는 움직임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해외채권에 SMA 방식으로 투자함으로써 기대하는 것은 대체로 안정적인 이자수익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만큼 금리가 급변할 때 기대 수익도 널뛰지 않도록 상품 구조를 짜는 게 우선인 상황이다.

교공 관계자는 "기존 해외 구조화채권은 발행사의 콜옵션(조기상환)이 있어 금리 변동에 따라 운용자산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며 "SMA를 통해 콜옵션이 없는 일반적인 채권을 편입할 계획인데 그럴 경우 자산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도 "공제회는 조달금리를 맞추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초과수익보다는 조금 낮더라도 예측 가능한 수익을 추구한다"며 "SMA를 통해 투자되는 해외 구조화채권은 최대한 리스크와 변동성을 낮추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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