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이 치솟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 전망이 불확실하면서 물가연동국채(물가채)에 대한 투자수요 또한 늘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19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525)에 따르면 물가 전망을 보여주는 손익기대 인플레이션(BEI)은 전일 기준 70.4bp로 집계됐다. 지난 8월 초와 비교하면 2.4bp 소폭 올랐다.

BEI는 지난 5월 말 연중 저점인 18.9bp를 찍고 점차 상승해 두 달 새 46bp가량 올랐지만 이후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을 시행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6년 6월부터 올해까지 대체로 하락세였지만 지난달엔 4년 4개월 만에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러한 전셋값 상승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금의 효과 소멸 등에도 물가 상승 기대감은 다소 커지지 못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항목 중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지만 다른 항목들의 영향이 더 크게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화 강세와 낮은 국제유가 수준 등이 물가 반등에 걸림돌로 지목됐다.

전일 달러-원 환율은 1,103.80원으로 마감해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6월부터 꾸준히 40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올해 국내 경제성장 전망을 -1.3%로 내려 잡았다.

물가 상승의 기대감 저하는 물가채 투자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물가채 가격 약세도 이전보다 심화하는 모습이다.

물가채 지표물인 20-5호 금리는 지난 8월 11일 0.546%로 연저점을 찍은 이후 우상향을 그리며 이달 3일엔 0.957%까지 상승했다.

유통시장에서도 20-5호는 대체로 보합 수준의 거래에 그쳤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605ㆍ4302)에 따르면 20-5호는 지난 8월 초부터 개별민평금리 대비 일평균 -4.0~6.3bp 언저리에서 거래됐다.

같은 기간 장중에도 강하게는 -10bp, 약하게는 39.3bp의 금리대에서 매매가 이뤄졌다.

금리가 높게 결정된 만큼 가격은 낮게 책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물가채의 경우 큰손들에 의한 가격 변동성이 크고 당국이 경쟁입찰 방식 도입을 검토하기로 한 점 등이 공급 부담을 가중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초 경기가 기저효과 등으로 회복된다는 관점에서 채권 금리 상승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투자 매력이 커진다고 볼 수 있겠지만 여전히 매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BEI가 바닥을 찍은 뒤 최근 60~70bp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을 보면 추가 확대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올해와 내년까지 물가 상승이 예견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채는 헤지도 어렵기 때문에 투자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연말 북 클로징 영향과 이번 주 국고채 10년물 입찰, 물가채 옵션 등 공급 압력이 있었다"며 "최근 물가채와 BEI의 스프레드가 축소된 상황이어서 더 강한 모멘텀이 있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11~12월 CPI는 보합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2개월 전 전월 대비 성장률이 반영되는 12월에는 물가채에 -7% 수준의 마이너스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m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3시 2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