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위한 '빅딜'이 특혜 논란으로 번진 데는 한진칼이 추진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산업은행이 5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데서 시작됐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법적으로 논란이 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라는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한 논란과 함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유리한 구조를 굳이 선택했어야 했느냐는 지적이다.

20일 관련 항공업계와 산은 등에 따르면 산은과 한진그룹은 2개월여 전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면서 산은의 지원 방법과 인수 주체 등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주체인 대한항공에 산은이 자금을 투입하는 게 가장 단순한 방식이다.

산은이 한진칼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닌 대출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한진칼의 대한항공에 대한 지분율이 희석돼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고, 대한항공의 지배기업인 한진칼의 차입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산은이 선택한 방법은 한진칼에 대한 직접적 보통주 자본 출자였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주회사인 한진칼 내 대한항공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고 대한항공의 배당이 주요 수익원인 점을 감안했다"라면서 "한진칼이 대규모 자금을 대출로 차입하면 통합 주체의 부실화가 우려돼 산은이 직접 주주로 통합 작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 부행장은 "산은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할 경우 한진칼이 지주회사 행위 규제상의 지분요건(20% 이상)을 맞출 수 없게 된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위반 상태 해소 명령이 내려지고 사실상 지주회사 체제가 붕괴될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했다"라고도 했다.

산은은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항공업 위기 상황에서 자금 투입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부행장은 "일반적인 유상증자의 경우 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긴급한 자금 수요가 충족되지 않는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확충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신속히 조달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러한 산은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산은이 굳이 조원태 회장 측에 특혜로 비칠 수 있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아니어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산은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할 경우 한진칼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규제상의 지분 요건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비판한다.

한진칼이 교환사채(EB) 발행으로 지원받은 자금만을 사용해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한진칼의 대한항공에 대한 지분율이 다소 희석되겠지만 지주회사 의무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B 비중을 더 늘리고 유상증자 참여 비중을 줄이면 대한항공의 산은에 대한 지분은 줄어들지만, 한진칼의 주주구성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않고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에서 대척점에 선 KCGI도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기업인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결국 기존 경영진의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한 계획"이라며 "주요 주주들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자산매각과 담보차입 또는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굳이 산은을 끌어들일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은 회장은 "경영 성과가 없으면 조 회장 지분을 강제 처분해 퇴출시키겠다"면서 산은이 보유하게 될 한진칼 지분은 총수 일가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닌 철저한 경영감시의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 편도 들지 않는 중간에서 양자를 견제하고 협력해서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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