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롯데그룹이 이번 주 연말 인사를 단행한다.

그룹 쇄신을 위해 계열사별로 임원 자리를 20~30% 이상 대폭 줄이고 중복되는 사업영역을 통폐합해 조직 슬림화를 이루는 게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주와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26일께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정기인사는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빠른 것이다. 12월부터 내년도 사업계획을 진행해 선제 대응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롯데지주는 당초 지난주 인사를 단행하려 했으나 일주일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번 인사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고민이 깊었다는 얘기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는 계열사와 사업부서별 중복되는 업무를 중심으로 상무보 이상 임원 자리를 30%가량 축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경쟁 기업들이 임원 수를 10% 안팎으로 줄인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임원 구조조정 수순에 가깝다.

이와 함께 젊은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고, 직급 체계를 대폭 손봐 빠르고 강한 조직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서비스 부문은 인사 폭이 그 어느 해보다 클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 내부에서는 롯데쇼핑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물갈이 대상에 오르고, 임기 1년 차 임원들도 교체 대상이 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일본에서 귀국한 이후 임원 평가 등을 토대로 인사 및 조직개편을 구상해 왔다.

그는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롯데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중장기인 온라인·디지털 전환 방향에 대해 학계 등 전문가 조언을 구하고, 외부 인물을 추천받는 등 상당히 오랜 기간 인사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다른 주요 대기업보다 유독 코로나19 타격을 크게 받아 실적 하락 폭이 컸다.

3분기 실적이 상반기 대비 반등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중심의 소매유통업을 중심으로 하는 롯데의 사업구조가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까지 환경 변화가 있을 때마다 실적이 고꾸라졌고, 회복을 위해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경험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신 회장이 올해 들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춘 신사업 발굴과 미래성장동력 모색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 더 이상은 과거처럼 대응했다간 그룹 전체가 몰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고(故) 신격호 총괄회장의 별세 이후 진행되는 첫 정기인사라는 점에서 규모와 형식 모두 파격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이미 지난 8월 이례적인 비정기인사를 통해 그룹 2인자였던 황각규 전 부회장을 퇴진시키고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을 롯데지주 신임 대표에 선임하는 쇄신을 단행했다.

또 지난달에는 롯데쇼핑 헤드쿼터(HQ) 기획전략본부장에 외부 컨설턴트 출신 정경운 전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을 전격 발탁하면서 순혈주의를 깼다.

최근에는 임원 회의에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적극적으로 미래산업을 키우는 데 반해 롯데는 그렇지 못하다며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신 회장이 이미 연말 인사의 방향성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8월 인사까지 단행할 정도로 신 회장의 혁신 의지가 상당한 만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인사 이후에도 인수·합병(M&A), 신사업 투자 등 빠른 전략 실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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