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명예 회복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은행연합회장 내정 소식을 들은 경제관료 후배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엘리트 관료가 비리의혹 공무원에서 대법원의 무죄판결로 복직하기까지, 그리고 금융지주 회장에서 업권을 대변하는 맏형 자리에 오르기까지 남다른 인생역정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김 내정자는 1957년생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프랑스 파리 국제정치대학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7회인 그는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에서 사무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시절 기획행정실 의사과장과 법규과장, 은행팀장, 은행감독과장 등을 맡았다. 재정경제부에서는 금융정책과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2005년 청와대 비서실로 파견을 갔다. 금융위원회로 복귀한 그는 금융서비스국장을 거쳐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그리고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지냈다.

이후 김 내정자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예기치 못한 고난의 시간을 맞이했다.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이던 2008년 9월 부실해진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김양 부회장에게 2천만원을 받고, 2006∼2010년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에게서 금융위나 금감원 민원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총 4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1심은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천만원, 추징금 2천8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 판결 전에 파면당한 김 내정자는 이후 공직에 복귀했으나 2014년 5월 금융위에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에 내정된 상태였지만 청와대로부터 최종 결정이 반년 넘게 지연돼 선후배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는 2018년 4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김용환, 임종룡 등 경제관료 출신 인사가 회장을 역임했던 농협금융을 완전한 민간 금융지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국내에서 네 번째 순이익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금융지주 수장으로의 복귀는 과거의 안타까움을 털어내기 충분했다.

김광수 내정자는 농협금융의 이익체력을 1조원 이상으로 키웠다. 덕분에 올해 4월에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중 두 번째 사례다.

다만 농협금융은 인사나 재정 등 다방면으로 중앙회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에 지주 회장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크게 제한된다.

은행권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은행연합회장 자리는 그런 의미에서 김 내정자가 확실한 역할을 통해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는 자리다.

물론 최근 경제관료를 둘러싼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김 내정자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과거 노무현 정부와의 인연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지주 회장을 지낸 뒤 또다시 은행연합회장까지 오른 데 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힘 있는 관 출신 인사에 대한 업계의 니즈가 있었고, 민간 출신이 해야 한다는 명분도 고려한 선택"이라며 "무엇보다 은행권에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확실한 무게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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