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재정정책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을 약 0.6%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했다. 동시에 통화완화 등을 통한 금융여건이 GDP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약 0.8%로 추산했다.

피치는 24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의 재정정책과 금융여건 지수를 산출해 거시완화 정책의 효과를 수량화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재정정책 효과 가운데는 경기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공공 지출과 세입의 변동분은 제외하고 산출됐다.

평가사는 주요국의 재정정책에 따라 미국은 9%, 일본은 3.5%, 호주는 6%씩 GDP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이들 3개국에 대해서는 올해 GDP 지원 정책의 상당 부분이 직접적인 재정완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됐다.

피치는 "한국은 4개국 가운데 재정정책 지원이 가장 적었다"며 "이는 한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타격이 다른 국가보다 훨씬 적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한국의 재정정책은 감세보다는 지출 증대에 크게 쏠려있다"고 전했다.

통화정책의 영향력은 자산 가격과 시장 금리, 은행 대출 담당자의 신용 기준 설문조사 등을 통한 금융여건지수로 간접적으로 추산했다.

한국의 통화완화 효과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주도한 단기 금리의 급격한 하락세와 탄탄한 실질 주가의 상승세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했다.

주가 상승의 경우 한국의 양호한 코로나19 억제와 수출 부문의 실적 호조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긍정적 요인은 높은 회사채 금리 수준과 상대적으로 완화적이지 않은 신용 기준 등의 부정적 영향을 넘어섰다고 피치는 덧붙였다.

미국의 금융여건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4분기 사이에 GDP를 0.8%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신용 기준이 엄격했기 때문으로, 다만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인 지난 2007년 2분기부터 2009년 4분기 사이 3% 이상 끌어내린 것보다는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피치는 "미국은 정부가 지원하는 신용보증과 연방준비제도의 회사채시장 개입 등이 결합하며 신용여건의 급격한 긴축을 방지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장단기 금리의 GDP 영향력으로 추산되는 통화 정책의 직접적인 GDP 효과는 0.5% 증가로,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이는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 수준에 근접해 추가적인 금리 하락 여지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금융여건은 GDP에 중립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소 덜 완화적인 신용 기준이 실질 환율 하락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상쇄했다.

일본 통화정책의 직접적 효과는 '제로(0)'로, 코로나19 위기 이전에 이미 금리가 실효 하한 수준에서 굳어졌기 때문이다.

호주는 금융여건이 올해 GDP를 1.8% 끌어올린 것으로 진단됐다. 장단기 금리가 모두 급격하게 하락했고, 작년 연말 이후 집값도 회복하며 GDP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피치는 "성장에 대한 금융여건 기여도는 호주가 다른 3개국에 비해 가장 컸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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